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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하노이에서 열린 '제8차 베트남-미국 비즈니스 서밋'에서 부이 타잉 썬 베트남 부총리는 "양국이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 협정에 곧 서명할 수 있도록 미국 기업들이 협상 과정을 도와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미국이 베트남을 압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천문학적인 무역 적자다. 베트남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대미 무역에서만 1110억 달러(162조 9147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국 규모로선 중국과 멕시코에 이어 3번째다.
이날 회의에 영상 메시지를 보낸 마이클 드솜브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무역 협정은 양국 간의 상업적 흐름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베트남의 대미 흑자 규모 축소가 협상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베트남 지도부는 양국 관계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썬 부총리는 "양국 관계 30년은 '대립에서 파트너로', '의심에서 신뢰로' 발전해 온 여정"이라면서 "양국 관계는 주고 받기나 얻고 잃고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만들고, 함께 발전하며, 함께 승리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에게 반도체·청정에너지·디지털 전환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가 베트남을 시장 경제국으로 조속히 인정하고,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을 해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양국의 팽팽한 입장 차이는 현재 워싱턴 D.C.에서 진행 중인 실무 협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워싱턴에 도착한 응우옌 홍 지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8차 장관급 회담을 가졌고, 12일부터 14일까지 실무 협상을 이어간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20%의 관세에서 면제될 베트남산 품목 리스트를 확정하는 것과, 베트남이 미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미국산 농산물 및 자동차 등에 대한 '우대적 시장 접근'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베트남 측은 이번 협상을 연내, 늦어도 미국 대법원의 트럼프 관세 부과 적법성 판결 이전에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협상단은 협정 최종 서명식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정상회담과 연계해 성사시키려는 강한 썬 부총리가 이날 기업인들에게 "최고위급 회담 성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