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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미래 설계하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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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1. 19. 16:04

서흥원 양구군수 인터뷰
못난이 사과로 전국 최초 '지정기부제'
기부자에게 지역화폐 50% 페이백도
25.11.18.(군수님 인터뷰 사진) 02
서흥원 양구군수가 11월 17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고향사랑기부제와 체류형 관광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구군
"양구에 오면 10년은 젊어집니다."

지난 17일 강원도 양구군 양구군청에서 만난 서흥원 양구군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양구군이 지향하는 전략을 이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인구 2만명이 최근 무너지고, 접경지역 특성상 인프라가 제한적인 군(郡) 단위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람이 실제로 찾아오고 머물고 소비하는 체류형 모델이라는 판단에서다. 서 군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라며 "기부는 출발점일 뿐이고, 결국 사람이 와서 머물고 소비해야 지역이 산다"고 강조했다.

양구군은 2023년 전국 최초로 고향사랑기부 '지정기부제'를 도입했다. 버려지던 못난이 사과·흠집 난 한과를 답례품으로 내놓는 실험은 소규모 농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의 판로를 새로 열었다. 서 군수는 "양구처럼 작은 군은 기존 방식의 경쟁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버려지던 농산물에 가치를 붙여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찾은 방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못난이 사과·한과를 답례품화한 지자체는 양구가 처음이었다. 폐기되던 농산물이 지역경제의 자원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양구군은 기부액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생활인구 확장'을 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서 군수는 "중요한 건 실제로 양구에 오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기부 이후 '양구 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했고, 그 결과 양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사이버 군민'은 4000명을 돌파했다. 방문객 1인당 20만~30만원의 소비가 발생한다는 실증 데이터도 확보했다. 그는 "기부는 단순 재정 확보가 아니라 지역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구군은 이러한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자에게 지역화폐를 50% 페이백하는 '양구꿀여행페스타'를 운영했다. 서 군수는 "답례품만 보내면 끝이다. 우리는 '기부했으면 양구 한번 와보라'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사람이 와서 숙박하고 식사하고 체험해야 지역에 돈이 제대로 돌게 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숙박업·식음업 매출 증가로 이어졌고, 양구군은 '관광객 수보다 체류형 소비가 더 중요한 지표'라는 원칙을 세웠다.

양구군은 2029년 개통 예정인 동서고속철을 지역 성장의 분기점으로 본다. 서 군수는 "용산에서 양구까지 72분이면 온다. 접근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구군은 한반도섬 야간경관·전망대, 510m 출렁다리, 137억 원 규모 한옥타운, 수변 데크·워터파크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그는 "철도가 열리면 준비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격차는 더 커진다. 우리는 준비된 지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군수는 양구의 지속가능한 관광 전략을 '치유·휴양·스포츠·문화가 결합된 체류형 모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양구의 산소포화도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며 "와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10년은 젊어진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도권 유소년 축구·야구팀과 생활체육단체가 양구에서 전지훈련·워크숍을 진행하며 반복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 군수는 "한 번 온 팀은 다시 온다. 이게 양구가 만들어가는 체류 모델"이라고 말했다.

양구군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박수근 화가의 고향이면서, 전통 백자 가마터가 남아 있는 '백자의 고장'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지니고 있다. 양구군은 이 기반을 활용해 박수근미술관과 백자 축제, 주민 참여형 플리마켓 등을 결합한 '예술·생활문화 기반의 체류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서 군수는 "관광은 한 번 오고 끝나선 안되고, 주민·민간·관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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