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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도신공항 연기 대신 ‘원점 재검토’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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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5. 00:01

바다 위에 서울 여의도 면적 2배 이상의 공항을 새로 짓는 역대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인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놓고 타당성 논란이 뜨겁다.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기한을 종전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하고 연내 재입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기(工期)만 늘린다고 해서 연약지반 침하 우려, 조류충돌 가능성 등 위험 요소들이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21일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사기간 22개월 연장을 발표했다. 신공항을 2029년 우선 개항하고 2032년 완공한다는 계획도 2035년 준공 및 개항으로 변경했다. 부지조성 공사금액은 물가상승을 반영해 2000억원 늘린 10조7000억원으로 조정했다.

다만 공기 연장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은 반영하지 않아 추후 건설사들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건설도 표면적으로 짧은 공사기간을 문제 삼았지만, 결국 고난도에 비해 부족한 공사금액이 사업포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사업 여건이 개선됐지만 현대건설은 "재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공사비 증액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선뜻 시공사로 나서겠다는 다른 메이저 건설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할 공사비를 무작정 늘려주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국토부가 기존 84개월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연구용역비로 역대 최대인 153억원을 쓴 것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뜨거운 데 공사비 증액이야 오죽하겠는가.

이런 딜레마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성 논란이다. 정부는 수포로 돌아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개항 일정을 2029년 12월로 무려 5년 이상 앞당겼다. 공사기간을 단축한다며 공항 전체를 해상에 건설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산을 깎아 육해상에 걸쳐 짓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렇게 되면 육지와 바다 위 활주로가 서로 다르게 침하할 위험이 커진다. 애초 가덕도 인근에는 50m 두께의 연약지반이 깔려 있어 지반이 비대칭으로 가라앉을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게다가 신공항이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에서 불과 3㎞ 거리에 위치해 조류충돌 위험도 높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철새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353배, 김해공항의 8배라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애초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작업을 했던 프랑스 전문업체는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에 대해 "태풍·해일에 취약하고 지반마저 연약하다"며 안전성·경제성에 모두 낙제점을 줬다. 지금도 가덕도 공사비의 20%만 들이면 김해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부는 정치권의 표 계산 등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오로지 안전성·합리성이라는 잣대만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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