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故 이순재가 남긴 말들 “연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25010013325

글자크기

닫기

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1. 25. 17:43

현장·약속·작품…흔들림 없는 직업 정신의 유산
엄격한 연기관과 시대를 꿰뚫는 직업 의식의 무게
이순재
이순재/KBS2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평생을 연기에 바친 고(故) 이순재는 생전 곳곳에서 자신의 연기관을 남겼다. 지난해 제60회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그는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 안 된다. 배우는 매번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사람이다"라고 밝히며 자신의 연기 철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의 연기는 장르와 비중을 가리지 않았다. 2018년 영화 '덕구' 홍보 당시 "별의별 종류의 영화에 다 출연해봤다. 주연·단역·악역·멜로를 가리지 않는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오직 작품 자체"라고 말한 대목은 평생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2008년 서울대 관악초청강연에서도 "지금도 연기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정년이 없다는 점이 직업으로서 더 좋았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이순재는 무엇보다 '현장'과 '약속'을 중시했다. 2018년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매 작품이 유작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했고 2023년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라고 말하며 배우로서의 마지막 소망까지 무대에 뒀다.

2008년 모친상 직후에도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공연을 해야 한다"고 전했고 2011년 드라마 촬영 중도 하차 논란 당시 "어떤 이유에서도 현장을 떠날 수 없는 것이 배우의 조건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업계 관행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2010년 '지붕뚫고 하이킥' 종방연에서는 "작업 과정은 지옥이었다. 이제는 완전한 사전제작제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듬해 '마이 프린세스'가 '쪽대본' 논란에 휩싸였을 때는 "어느 나라가 이렇게 드라마를 만드느냐"며 외주 계약 구조의 개선을 촉구했다. 2023년 tvN '오프닝' 제작발표회에서는 "드라마는 감동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재미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배들에게는 '변신하는 배우'의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더 높은 단계로 가려면 늘 변해야 한다. 깔끔하게 멋 내는 게 배우가 아니라, 역할을 위해 변신하는 것이 배우"라고 말하며 연기의 본질을 짚었다.

1992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다. 나의 길은 연기였다"고 회고했다. 드라마·영화·시트콤을 오가며 활동했으나 그가 마지막까지 깊이 사랑한 무대는 연극이었다.

생애 마지막 공식 석상에서 남긴 말 역시 그의 태도를 응축한 장면이었다. 지난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평생을 연기로 살아온 한 사람의 결심과 감각이 그대로 담긴 소감이었다.
이다혜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