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 20명 CEO 교체 HQ 폐지…각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 부회장단 4명 용퇴…성과·능력 기반 핵심
롯데월드타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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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전경./롯데그룹
롯데그룹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헤드쿼터(HQ) 체제 전면 해체와 함께 대대적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유통·건설·식품 등 주요 계열사 CEO 20명을 교체하고 부회장단 전원 용퇴를 확정하는 등 '고강도 혁신'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유통·식품 부문에서는 세대교체와 책임경영 전환을 동반한 '칼바람' 수준의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롯데는 26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6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이번 인사를 확정했다. 그룹은 인사 배경을 "비상경영 상황에서 턴어라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실행력 강화"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HQ 체제 폐지와 계열사별 이사회·대표 중심의 자율·책임경영 확립이다. 2017년 도입한 비즈니스 유닛(BU) 체제와 2022년 확대한 HQ 체제를 끝내고 각 계열사는 독자적 의사결정과 신속한 실행에 무게를 두게 됐다.
롯데지주는 실무형 조직으로 거듭난다. 재무·경영관리·전략 기능을 중심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해 실행 전문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로 내정됐고 재무혁신실장과 경영혁신실장에는 각각 최영준 롯데지주 재무2팀장 전무, 황민재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부사장이 내정됐다. 그룹 차원의 전략 컨트롤 기능은 남기되 현장 속도는 각 계열사에 맡기는 '분권형 책임경영'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셈이다.
유통부문에서 교체 폭이 가장 컸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e커머스 등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물갈이됐다. 롯데백화점은 정준호 사장이 물러나고 정현석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1975년생으로 백화점 역대 최연소 CEO에 이름을 올리며 '젊은 리더십'의 전면 배치를 상징한다. 롯데마트·슈퍼는 차우철 전 롯데GRS 대표가 사장으로 선임돼 통합 운영과 e그로서리 경쟁력 강화에 착수한다. 롯데e커머스는 추대식 전무가 대표로 선임되며 온라인 사업의 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식품부문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가 물러난 자리를 서정호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 부사장이 채웠다. 롯데웰푸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줄어들어서다. 서 부사장은 기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신사업 발굴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또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부회장'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등 부회장단 전원은 일선에서 물러나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냈다.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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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롯데그룹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오너 3세의 본격 등판이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그룹 전체의 글로벌 사업과 신사업 전략을 이끌어온 신유열 부사장의 역할이 확대됐다. 신 부사장은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아 그룹의 주요 신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사업을 공동 지휘한다. 또한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에서 중책을 맡아 그룹 전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한다.
롯데그룹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신속한 변화 관리와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성과 기반 수시 임원인사와 외부 인재 영입 원칙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