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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의 결단…내년부터 수도 도심서 ‘휘발유 오토바이’ 쫓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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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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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시내 도로의 모습/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오토바이의 천국'으로 불리던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풍경이 2026년부터 대대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하노이시가 거센 반발에도 불구, 도심 내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는 강력한 로드맵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하노이시 인민의회는 전날 100% 찬성으로 '수도법 2024에 따른 저배출 구역 지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7월 1일부터 지정된 구역 내에서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오토바이와 3.5톤(t) 이상 트럭의 통행이 제한된다.

이번 결의안의 핵심은 단계적인 운행 제한이다. 하노이시는 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인프라 구축 시간을 벌기 위해 '전면 금지' 대신 '시간대별·구역별 제한' 방식을 택했다.

1단계로인 내년 7월 1일부터는 호안끼엠·바딘·하이바쭝 등 도심의 핵심부인 제1순환도로 내 5개 구(區)의 일부 동(洞)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특정 시간대에 휘발유 오토바이 운행이 금지된다.

2028년 1월 1일부터는 2단계를 시행, 제1순환도로 전체와 동다·타인쑤언 등 인구 밀집 지역인 제2순환도로 일부 지역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2030년 1월 1일부터는 제3순환도로 내부 전체로 저배출 구역을 확장한다는 것이 당국의 계획이다.

지정된 구역 내에서는 배출가스 기준 4등급 미만의 노후 자동차 운행도 제한되며, 그랩 등 앱 기반 배달·운송 오토바이 역시 휘발유 차량일 경우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상업용 운송 수단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력하다. 하노이시는 2026년 7월 1일부터 신규 등록하거나 교체하는 모든 택시에 대해 전기차 또는 친환경 에너지 차량만 허용하기로 했다. 또 상업용 오토바이는 2030년까지 100%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3.5톤(t) 이상의 휘발유·디젤 트럭은 저배출 구역 진입이 아예 금지된다. 시 당국은 2035년부터는 상황에 따라 모든 도로에서 내연기관 차량의 운행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베트남의 이 같은 정책에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오토바이 제조사 협회(VAMM)는 베트남 정부에 "이번 금지 조치가 공급망 내 기업들의 생산 중단과 파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꼽힌 일본의 혼다와 야마하 등이 반발하고 베트남 토종 전기차 업체인 빈패스트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당국이 업계와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런 강경책을 꺼내 든 것은 대기오염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6~2020년 환경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하노이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국가 기준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시 당국은 대기오염 배출원의 58~74%가 교통수단, 그중에서도 690만 대에 달하는 오토바이가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현재 하노이에는 자동차 110만 대·오토바이 690만 대가 등록되어 있으며, 타지역에서 유입되는 차량도 매일 120만 대에 이른다.

하노이시 인민위원회는 "당초 전면 금지를 고려했으나, 인프라 부족과 서민 생계 등을 고려해 시간대별 제한으로 속도를 조절했다"며 "저배출 구역 지정은 하노이의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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