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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예외’ 빠진 반도체법 내달 결판… “글로벌경쟁력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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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기자

승인 : 2025. 11. 27. 17:49

민주·국힘, 특별법 처리 합의 수순
근로체계 개편안은 추후 논의키로
"산업 형평성" "R&D 연속성" 팽팽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대화하는 김도읍 정책위의장. /연합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했지만, 정치권의 시계는 곧바로 반도체특별법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주52시간제' 예외 없이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면 반도체 육성 전략이 힘을 잃는다며 '껍데기 입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달 임시국회가 쟁점 정리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제정책 주도권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고학력 연구직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을 반도체특별법 내용에서 제외하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논의는 별도로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인프라·세제 지원은 시급하지만, 노동 규제 완화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맞물린 결과다. 여야는 조만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논의를 거쳐 법안을 다음 달 본회의에 회부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의 성격상 연구·개발(R&D) 인력이 일정과 공정이 연속적으로 맞물려 있어 집중 근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법 처리 의지는 확고하다"며 "현행 근로체계로는 글로벌 속도전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반도체 연구·개발은 설계와 검증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여서 근로시간이 끊기면 공정 효율 자체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주52시간제 예외 논쟁을 '노동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제도 안에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하면 추가 근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별 예외를 허용하면 조선·플랜트·이차전지 등 다른 업종으로 요구가 번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동계 반발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도 컸다. 민주당이 이번에 '지원은 동의하되 근로시간 개편은 유보'하는 절충안을 택한 배경이다.

국회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산업 현장은 발만 구르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특별법이 전력·용수·도로망 확충, 세제 인센티브, 인허가 축소 등 투자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생산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 인력 운용 원칙은 비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은 2017년부터 전략산업에 근로시간 유연 적용 근거를 마련했고, 중국은 '996 근무'가 관행이 될 정도로 노동투입이 공격적이다. 반도체가 '국가 대전'으로 불릴 만큼 속도 싸움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현행 근로 틀을 유지하면, 선두 그룹과의 간극을 좁히기는커녕 추격 속도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미국·일본·대만·중국이 반도체 주도권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는 마당에 우리만 주 52시간 틀에 매여 있을 순 없다"며 "지원법만 통과시키고 근로체계는 그대로 두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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