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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삼성 메모리 조직 개편, ‘황상준 카드’로 HBM 만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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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11. 28. 16:29

이서연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D램과 낸드를 하나로 묶은 통합 개발 조직의 신설입니다. 지난해 7월 만든 HBM 전담 조직을 1년 4개월 만에 다시 손본겁니다.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메모리 개발 역량을 한곳에 모아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내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새로 만들고 황상준 부사장을 총괄로 앉혔습니다. 흥미로운 건 D램뿐 아니라 낸드까지 황 부사장 손에 맡긴 점입니다. HBM 개발을 이끌어온 황 부사장에게 메모리 전체를 맡긴 것은 사실상 통합 솔루션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개별 제품 경쟁에서 시스템 최적화 경쟁으로 판이 바뀐 만큼 조직도 이에 맞춰가는 모습입니다.

기존의 HBM 개발팀은 전영현 DS부문장이 부임한 직후인 지난해 7월에 급하게 만들어진 조직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비상조치였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HBM3E 양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전 부회장은 문제의 원인이었던 10나노 4세대(D1a) D램을 아예 다시 설계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흐름이 올해 중순부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HBM3E 품질이 안정되면서 AMD와 엔비디아 같은 주요 고객사에 공급이 늘어났고 3분기에 DS부문은 매출 33조100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찍었습니다. HBM만 잘된 게 아니라 DDR5나 서버용 SSD 같은 다른 메모리 제품들도 수요가 살아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아진 겁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다음 세대 제품인 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1c D램을 바탕으로 만든 HBM4는 벌써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보낸 상태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이 되면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HBM 개발팀이 독립 조직에서 D램 개발실 밑으로 들어간 것은 메모리 개발 조직을 하나로 모아 효율을 높이려는 구조 조정으로 보입니다. HBM 개발팀을 이끌던 손영수 부사장이 설계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HBM에서 쌓은 설계 노하우를 메모리 전체로 퍼뜨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개편에서는 디지털 트윈센터도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엔비디아 GPU 약 5만 개로 '반도체 AI 팩토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실제 공정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해서 수천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 다음 최적조건을 찾아 실제 생산에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파운드리 수율 문제 같은 제조 공정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조직 개편이 엔비디아 공급 확대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메모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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