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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통은 옹기에, 품질은 AI에…‘화요‘, 술 빚는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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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영 기자

승인 : 2025. 12. 0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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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의 증류주가 병입 공정에 들어가 있다. / 화요
지난 1일 찾은 경기도 여주의 화요 제2공장. 22년 동안 우리 쌀과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어온 화요의 핵심 생산기지다. 약 2100평 규모의 공장에서는 고두밥 제조부터 병입까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돼 사람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도 증류주가 완성되고 있었다.

제조 라인에 들어서자 고소한 밥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화요의 술은 고두밥을 찌는 것부터 시작이다. 여기에 자체 배양한 미생물(곰팡이균)을 더해 누룩을 키우고, 약 3주 동안 숨 쉬듯 발효를 이어간다. 화요는 이를 '산업화한 아랫목'으로 비유했다.

충분히 익은 술덧은 감압 방식으로 부드럽게 증류돼 원액으로 태어난다. 이어 통기성이 높은 옹기에서 석 달 넘게 숨을 고른 뒤에야 비로소 병입 라인으로 향한다. 우리 쌀 한 톨이 프리미엄 증류주 한 병이 되기까지, 길고도 긴 여정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황보연 화요 제품팀 팀장은 "연간 쌀 소비량이 2500톤에 달한다"며 "증류주 제조사 중 국내산 쌀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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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의 원액 제조 공정. 증미·제국 공정(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발효 공정, 증류공정, 숙성공정. / 화요
제2공장은 지난해 1월 가동을 시작한 스마트팩토리다. 감압증류·실시간 품질관리·위생 시스템을 결합해 전통 증류 방식을 현대적으로 구현한다. 황 팀장은 "미생물은 작은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다"며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환경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AI 기반 품질 관리로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자의 역할은 주로 설비 관리와 세척에 머물고,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공정은 거의 없다. 축적된 최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가 온도·압력·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며 술을 빚는다. 실제 이날 오전동안 둘러본 제조 라인엔 작업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요가 내세우는 제조 철학은 세 가지다. 100% 국내산 쌀·여주 지하암반수 사용, 그리고 저온 감압증류와 옹기 숙성이다. 술덧은 통상 80℃ 이상에서 끓는데 감압 상태에서는 약 40℃ 전후에서 증류가 일어난다. 이 과정을 통해 술지게미에서 발생하는 쓴맛과 탄 맛을 줄이고, 화요가 추구하는 꽃향과 같은 섬세한 향미를 최대한 살린다.

숙성은 옹기에서 이뤄진다. 옹기의 미세한 기공을 통해 산소가 오가며 남은 거친 맛을 다듬는 과정이다. 숙성고에 들어서자 옹기 표면을 타고 흘러내린 원액 자국이 숨 쉬는 항아리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박준성 화요 생산본부장은 "모든 공정엔 술과 공기가 만나는 숙성을 거친다"며 "화요에선 단순히 담아두는 걸 숙성이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여주 제1·2공장에는 총 1500여개의 옹기가 운용되고 있다.

이렇게 얻은 원액은 제품별 콘셉트에 따라 도수를 조정해 '화요17', '화요19金'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화요는 내년 중 캔 형태의 RTD(즉석음용) 제품인 하이볼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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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전 제품 시음 현장. 화요 17(왼쪽부터), 화요25, 화요41, 화요53, X.PREMIUM, 화요19金. /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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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화요 대표가 화요의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차세영 기자
◇흑자까지 12년…"이젠 세계 시장 정조준"
화요는 2000년대 초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2003년 '한식에 어울리는 프리미엄 증류주'를 내세워 도전에 나섰다. 10여 년 간의 적자 속 군부대 강연과 PX 유통을 기반으로 인지도를 키우며 버텼고, 2015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기간 '홈술' 소비가 확대되고 프리미엄 증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과거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했던 식당 채널 비중은 현재 유통 채널이 절반으로 늘었다.

화요는 이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화요는 30여 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지만 조희경 화요 대표는 "가능성이 큰 지역부터 집중하려 한다. 미국, 일본, 태국, 인도 등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전략 거점으로 삼아 판매망을 넓히고, 내년 4월 LA 대형 페스티벌에 참가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 역시 K콘텐츠 회복 여부에 따라 기회가 다시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주시 중이다.

생산 경쟁력도 뒷받침된다. 제2공장의 현재 가동률은 약 50%다. 향후 수요 확대에도 대응할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늘 남이 하지 않은 길을 개척하려 한다"며 "업계 최초로 해썹 인증을 받은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도주·웰니스 중심의 소비 확산은 화요에게 기회"라며 "온라인 점유율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요의 내년 목표는 매출 1000억원 달성이다. 조 대표는 "컬쳐 베이스 마케팅으로 해외 시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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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 제2공장 전경. / 차세영 기자
차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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