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종합 설계 계기로 원전 기술 자립
UAE·체코 계약 수주로 ‘K-원전’ 기술력 입증
친환경 에너지믹스 전략, 글로벌 목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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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국내 발전 엔지니어링 산업의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던 시기였다. 1975년 원자력 기술 입국을 위해 출발한 KABAR가 한국원자력기술주식회사로 거듭난 후, 한국전력이 주식을 인수하면서 1982년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로 재출범했다. 고리원전 1호기 건설 과정에서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가 탈(脫)유전과 발전 연료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전기술은 기술 습득과 축적에 집중한 초기 10년의 태동기를 지나 1980년대 중반부터 40년간 국가 에너지 산업 발전의 근간을 마련해 왔다.
한전기술이 1987년 한빛원전 3·4호기에서 종합설계 주계약자로 참여하며 원전 기술을 미국 엔지니어링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한국 에너지사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단계적으로 습득해 독자적인 설계 역량을 확보한 한전기술은, 이후 OPR1000과 APR1400 등 한국 표준 원전 개발로 원전 설계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았다.
이 노형은 새울원전 1·2호기, 신한울원전 1·2호기 등 국내 원전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적용되며, 한전기술의 기술 신뢰성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증했다. 2009년 바라카 원전 4기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은 한국형 원전이 해외에 수출된 첫 사례로, 'K-원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오랜 준비 끝에 2023년 APR1000 표준설계의 최신 설계인증 EUR Rev.E를 획득하고, 팀코리아와 함께 한전기술은 루마니아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유럽 진출의 토대를 닦았다. 이어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한 결과 지난해 유럽 수출형 APR1000이 체코 신규원전의 노형으로 최종 선택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발전플랜트 분야에서도 해외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인도네시아 가스엔진발전소 EPC(설계·조달·시공)를 수주하며,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이후 10년 만에 발전플랜트 부문 해외 진출을 재개했다. 탈석탄 기조 속에서도 LNG 기반의 친환경 복합화력 기술을 수출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의 저탄소 발전플랜트 건설을 본격화하는 의미를 남겼다.
지금의 한전기술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믹스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최전선에 놓여있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 디지털전환(DX) 등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회사로서의 성장을 가속화하며, 미래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회사의 자원과 50년간 쌓아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노후 석탄화력의 LNG 전환과 함께 2021년부터 세계 최초 초초임계압을 적용한 기동성 최적화형, 고효율형, 지역난방 맞춤형 등 한국형 가스복합 표준모델을 개발했다. 석탄-암모니아나 LNG-수소 기반 연료혼소, 기존 재생에너지 노후설비를 재활용한 리파워링, 저온열분해 방식의 폐자원에너지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및 연료전지 EPC 등 친환경에너지 믹스의 사업화·다각화로 무탄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력·에너지 생태계에 기여하고, 차별화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원전 수출 등 국가적 과제 수행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한전기술의 미래 비전이다.
이를 위해 한전기술은 지난달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새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선포식에서 한전기술은 원전과 해상풍력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재생에너지사업 확장 등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협력, 도전혁신, 신뢰공정, 전문지향 등의 실행 의지를 표명했다. 또 원전 부문 종합 설루션 기업으로의 업역 확대와, 독보적인 해상풍력 전문기관으로의 해외진출, 조선과 접목한 해양 SMR 등 고유 브랜드 런칭의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김태균 사장은 "지난 50년의 발자취는 1975년의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을 성과"라며 "최적의 설루션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지위가 아닌 역할로 대등하게 소통하는 문화가 한전기술의 근원적인 힘"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산업계, 유관기관,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미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술 리더로 앞장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