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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자랑한 ‘평화 협정’ 줄줄이 붕괴… 태국·콩고서 다시 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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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10. 09:03

Malaysia US Trump
지난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가운데), 아누틴 찬비라쿨 태국 총리(왼쪽)와 국경 분쟁 관련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가 전쟁을 멈췄다"며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웠던 평화 협정들이 불과 몇 달, 심지어 며칠 만에 줄줄이 파기 위기에 처했다.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는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과 르완다 사이에서도 다시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단기 성과주의' 외교가 근본적인 갈등 해결 없이 사진 찍기용 '쇼'에 그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했던 전 세계 8개 분쟁 지역 중 최소 2곳에서 무력 충돌이 재점화됐다.

가장 심각한 곳은 동남아시아다.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서 직접 서명식에 참석해 태국과 캄보디아의 휴전을 이끌어냈지만, 협정 체결 6주 만인 현재 양국 국경은 전투기와 로켓포가 오가는 전장이 됐다. 태국 군 당국은 국경지대에 공습을 단행했고, 캄보디아는 반격을 선언하며 민간인 1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아프리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콩고와 르완다 정상의 손을 맞잡게 하며 "역사적 합의"라고 자찬했지만,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콩고 동부 지역에서 르완다가 지원하는 반군(M23)의 공격으로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했으나, 현장의 포성은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예견된 참사라고 지적한다. 오렐리앙 콜슨 ESSEC 지정학 연구소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일시적인 자제와 갈등 해결을 혼동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평화 구조 없이 사진만 찍는 '퍼포먼스 평화 만들기'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르줄라 오트 노팅엄 비즈니스 스쿨 교수 역시 "트럼프는 단기적인 '거래' 자체를 목표로 삼을 뿐, 복잡한 협상 전략은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측이 약속을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정작 당사국들은 미국의 개입을 거부하는 모양새다. 아누틴 찬비라쿨 태국 총리는 트럼프의 재중재 가능성에 대해 "아니오(No)"라고 단칼에 거절하며 "이것은 양자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을 '평화의 대통령'이라 칭하며 노벨 평화상까지 노렸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됐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른 분쟁 해결에도 트럼프식 접근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이미 신뢰가 깨진 협정 당사국들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가 자랑하던 '협상의 기술'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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