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배당형 점진적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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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영국을 방문해 영국 통합기금(Master Trust) 시장의 상위 사업자인 윌리스타워스왓슨(WTW)과 기금형 퇴직연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감독당국 인가를 최초로 획득한 통합기금 '라이프사이트(LifeSight)'의 운용 경험을 점검했으며,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협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형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제도 시행 이전부터 주도권 확보에 나선 선제적 행보로 풀이된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은 퇴직연금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별도의 체계를 도입하고, 자산운용 전문가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해당 제도가 영국의 통합기금(Master Trust) 모델을 주요 참고 사례로 삼고 있는 만큼, 영국의 우수사례와의 전략적 협업이 향후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제적 사업자가 갖는 구조적 이점에 대한 인식이 자리한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CMO)은 "퇴직연금 사업에서 선제적 사업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일찍 시작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연금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규모와 운용 경험이 누적되며 경쟁력이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된 전례가 없는 만큼, 앞선 경험을 축적한 해외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한국 근로자에게 합리적인 비용 대비 성과(Value for Money)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7월 퇴직연금사업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TF는 4명의 전담 인력으로 꾸려졌으며, 최근에는 TF를 정규 조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11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영진 부사장이 연금 비즈니스를 꾸준히 강조해 온 데 따라, 관련 사업에 내부적으로 힘이 실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금 시장을 바라보는 한화자산운용의 시각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선다. 최 부사장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현재 약 450조원 규모로, 중장기적으로는 10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중요한 노후자산 시장"이라면서도 "전체 자산의 약 83%가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인식해 제도적 환경이 개선되고, 퇴직연금 자산이 점진적으로 실적배당형 중심으로 전환된다면 이는 단순한 자산운용 시장 확대를 넘어 근로자에게 더 나은 노후 준비 수단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한계가 뚜렷한 현 상황에서, 제도 변화와 함께 자산운용사의 역할 전환도 필요하다는 것이 한화자산운용의 인식이다. 최 부사장은 "퇴직연금은 단기 성과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근로자의 노후 자산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검증된 운용 철학과 투명한 거버넌스, 연금에 특화된 장기 운용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운용사들이 단순히 상품 공급자에 머무르기보다, 제도의 취지에 맞는 운용체계를 구축해 근로자의 노후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