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에 보험료 등 비용 반영 금지
최종 대출금리 0.15~0.2%p 하락 전망
4대 은행, 연 이자이익 2조원대 감소
리스크 관리·비이자이익 중요성 커져
|
대출금리에 법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가산금리에 보험료와 출연금 등 각종 비용을 포함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방식이 금지되면서 대출금리 하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별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은행들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대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증이나 대기업 대출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자산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이자이익 둔화 흐름 속에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해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 발의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험료, 각종 보증기관 출연금 등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가산금리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자율적으로 덧붙이는 금리로, 일종의 마진에 해당한다. 업무 원가와 리스크 관리 비용, 법적 비용, 목표 이익률 등이 주요 구성 요소다. 그간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은행이 각종 비용을 대출 차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차주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개정안 처리를 추진해 왔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법적 비용이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될 경우, 최종 대출금리가 0.15%포인트~0.2%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에는 최근 0.5%에서 1.0%로 인상된 교육세율 인상분 역시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법적 비용 반영 금지 준수 여부를 연 2회 이상 점검하고, 그 결과를 기록·관리하도록 내부통제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개정 은행법은 조만간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6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은행권에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개정 은행법 시행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연간 이자이익 감소 규모가 2조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교육세 등을 대출금리에 전가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은행 이익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분까지 포함시, 예상 부담 규모는 은행지주사 순익의 약 3%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은행들의 수익 구조가 리스크 회피와 비이자이익 확대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출금리 하락으로 대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자본비율과 건전성 관리를 위해 리스크가 낮은 우량 고객과 대기업 위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생산적 금융 기조 속에서도 각 은행이 자본 건전성을 고려해 보증부 대출이나 대기업 대출 등 우량 자산을 늘려왔는데,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내년에는 이런 흐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이자이익 확보를 위한 움직임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개정안 통과로 기존 주 수익원이던 이자이익의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을 보완하고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올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해, 같은 기간 이자이익 증가율(1.49%)을 크게 웃돌았다.
은행들의 준비도 분주하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조직 개편을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목표로 IB(투자금융)와 자금시장, 연금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최근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 완화 흐름에 맞춰 보험 계열사와의 시너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PB와 증권사와의 연계를 통해 내년 투자자문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강점으로 꼽히는 신탁·WM(자산관리) 부문 서비스를 고도화해 수수료 수익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세 인상과 과징금, 각종 정책 비용 부담 등이 내년 국내 은행의 이익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장기적인 자산 구조 변화와 정책 적합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비이자수익을 다변화함으로써 수익성과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