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전환 염두 중장기 전략
경영 성과로 차세대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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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상무의 역할 확대는 교보생명 3세 경영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981년생인 신 상무는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한 이후 2022년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았다. 지난해 말에는 입사 10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AX 부문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경영 관여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신 회장이 평소 경영능력을 입증해야만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해 온 만큼 신 상무는 경영 성과를 내야만 한다. 교보생명이 2027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금융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그룹경영전략과 전사AX를 담당하는 신 상무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 회장이 경영능력을 강조하는 건 신 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채 경영에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신 회장은 부친인 故신용호 창립자의 권유로 교보생명에 합류하면서 낙하산이라는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 입장에선 자녀들이 능력을 입증해 당당하게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사AX지원담당'을 신설하고 신중하 상무를 해당 조직의 책임자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신 상무는 전사AX지원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을 모두 맡게 됐다.
신 상무가 맡게되는 전사AX지원담당은 교보생명그룹의 AX전략을 총괄해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다. 현업이 추진하는 AI 과제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 교보생명 측의 설명이다.
전사AX지원담당 산하에는 AX전략담당, 현업AI지원담당, AI테크담당, AI인프라담당 등 임원급 조직 4개가 편제됐다. AI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조직 개편은 최근 보험업계 전반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AI 활용 흐름과도 연결된다. 보험사들은 고객 상담, 언더라이팅, 보험금 지급 등 전 과정에서 AI 활용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교보생명 역시 재무설계사(FP)를 위한 '보장분석 AI 서포터', 'FP소장 AI어시스턴트', 임직원을 위한 'AI데스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신 상무가 전사AX담당을 맡게 된 건 그동안 디지털 전환 등을 이끌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신 상무는 지난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에서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도 근무했으며 교보생명에 입사한 이후에는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데이터 체계 구축 및 DT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해 그룹 내 DT 가속화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교보생명이 AX 조직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중장기 전략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포트폴리오 정비와 경영 체계 고도화 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의 데이터 통합과 AI 기반 경영 인프라 구축은 필수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상무가 이러한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그룹 차원의 전략 경험을 쌓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향후 경영권 승계와도 맞물린다. 신 회장은 평소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CEO를 맡아야 한다"며 "자녀도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후보가 될 수 있지만 충분한 경영능력을 갖추려면 오랜 시간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왔다. 신 상무의 업무 범위 확대로 다양한 경험을 쌓는 방식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신 상무 뿐만 아니라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도 교보생명 글로벌제휴담당을 맡고 있다. 신 회장의 두 자녀가 교보생명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며 입지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교보생명은 이번 인사는 신 상무의 역할 확대일 뿐, 승계와는 관계가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승계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라며 "(신 상무가) 디지털 쪽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강점이 있기 때문에 AI 전문성을 가지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