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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집중투표제, 본래 목적과 기업 현실에 맞게 운영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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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7. 18:09

-2025년 개정 상법에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증원이 모두 도입돼 2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
-OECD 52개 회원국 중 30개국(58%)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1개국에 불과
-우리나라는 미국의 집중투표제 참고했지만, 정작 미국은 1950년대 이후 집중투표제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게 해

노미리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미리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법은 올해에 2차례에 걸쳐서 개정되었다. 그중 내년 9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상장회사 지배구조와 관련된 것으로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상법 제542조의7 제3항), 분리선출 감사위원 증원(제542조의12 제2항) 등이 있다. 이를 통해 기업에 미치는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98년 상법 개정 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였는데, 1998년 도입 당시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집중투표제'란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각 주주가 1주마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복수의 의결권을 가지는 제도다. 주주는 이 의결권을 이사 후보자 1인 또는 수인에게 집중하여 투표할 수 있으며,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후보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된다. 따라서 단순투표제와 달리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집중투표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된 대표적인 사례로 2006년 KT&G 사건이 있다. KT&G의 주주인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는 KT&G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 3명을 사외이사 후보자 명단에 포함시키고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출할 것을 제안하였다.

당시 KT&G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칼 아이칸 측 후보자 중에서 1명이 사외이사로 선임되었다. 당시 실제 쟁점이 되었던 것은 이사 선임에 있어 일괄선출 방식을 택하지 않고 분리선출 방식을 택하는 것이 가능한가였으나 법원은 KT&G가 택한 분리선출 방식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비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 8월 한국ESG기준원에서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비율은 4.7%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반 상장회사보다 시장형 공기업, 금융회사, 소유분산 기업에서 집중투표제 채택 경향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집중투표제가 유명무실화되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2025년 개정 상법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도입되었다(상법 제542조의7 제3항).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는 법 시행 후 최초로 이사의 선임을 위한 상법 제542조의7 제2항의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소집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하므로(부칙 제2조), 2027년 정기주주총회 개최 때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취지의 정관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집중투표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아직 개정 상법 시행 전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안이 이례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발간된 OECD 자료에 의하면, 52개 회원국 중 30개국(58%)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였고 국가별로 집중투표제 의무화 여부는 서로 다르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1개국에 불과했고, 중국은 특정 경우에만 집중투표제를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집중투표제를 참조하여 도입하였는데, 미국은 1940년대에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채택하도록 하였으나, 1950년대 이후 기업들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주(州)에 회사설립을 기피함에 따라 집중투표제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단순한 이사 선임 방식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2025년 개정 상법에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증원이 모두 도입되었기에 3% 룰이 적용되지 않는 2대 주주 등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크게 강화되고, 기업지배구조가 현행보다 개방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중투표제의 본래 목적은 소수주주의 이익보호와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지만 집중투표제가 본래 목적과 다른 취지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기업 현실에 맞게 집중투표제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노미리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사(부전공 법학), 서울대 대학원(석·박사통합과정) 법학박사. 사법연수원 39기 수료한 후 삼정KPMG 회계법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변호사로 근무.
현재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상법, 세법, 기업지배구조 등. 2025년 2월 한국세법학회 신진학술상 수상. 대표적인 연구서로는 '공식배분법의 입장에서 바라본 Pillar 1 비판'(경인출판사, 2023),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 활용 제고 방안'(사법, 2024) 등. 현재 한국상사법학회 편집이사,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 등을 맡고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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