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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그것도 전략자산으로 격상 돼 장차 국가 권력의 척도가 될 핵심 산업. 전세계가 달려들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바로 'AI'와 그 '인프라' 얘기다.
AI와 생태계를 구축해 내는 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챗GPT와 같이 글로벌 경쟁력 있는 AI 언어 모델(LLM)을 만드는 일에 전자기업인 LG, 네이버·카카오 같은 빅테크가 달려들었고 SKT와 KT 등 대표 통신사들도 '연결' 다음의 전장으로 AI를 택했다. 어쩌면 급변하는 환경에서 유일한 선택지 일 수도 있다.
에너지·전력기기· 화학은 어떨까. AI는 천문학적 규모의 반도체가 탑재 된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한다. 막대한 전력을 씹어 삼키는 GPU, 이를 연결하는 초고속 통신망, 그리고 이 모든 걸 안전하게 운영 할 시스템과 인력까지 포함 한 복합 인프라 산업이다. 챗봇 하나 돌리기 위해 필요한 전력과 반도체는 어지간한 공장 보다 크다.
현재 중국산 범용 화학제품의 범람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창인 국내 정유 화학사들의 다음 선택지는 스페셜티다. 역시나 반도체 소재나 배터리 소재가 줄줄이 차기 먹거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의 선택도 결국 AI 시대에 연결고리가 있다.
국내 산업계는 100% 전기로 사업장을 돌리는 글로벌 'RE100 이니셔티브'와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동참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같은 친환경에너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전남 등 해상풍력단지에서 용인 등지의 반도체특화산단으로 전기를 끌어 올리는 일명 '에너지고속도로'로 불리는 송전 프로젝트에는 LS와 효성, HD현대일렉트릭 등의 전력기기 기업들이 역할을 한다.
또 전국 각지, 아니 전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 날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 돼야 하는 데 천연 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 ESS라는 거대한 배터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출입처인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SK IET 등 다양한 화학사들이 배터리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이 있다. SK와 한화의 화학사들은 열을 뿜는 데이터센터 서버들을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을 꺼내놓고 있다.
미국이 700조원을 쏟아부어 만들어내는 거대한 AI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 유럽의 소버린 AI 연합에 대항하려면 우리는 국가 단위로 뭉쳐야 한다. AI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설계하지 못하면 한국은 'AI 반도체 하청국'에 머물게 된다. 삼성과 SK가 아무리 많은 칩을 공급해도, AI 모델·데이터센터 운영의 부가가치는 해외로 빠져나간다. 심지어 국가간 협상에서 상대가 AI 서비스 제공권을 틀어쥐고 압박을 가한다면 필패다.
다행히 한국은 삼성과 SK가 AI 메모리라 불리는 'HBM' 시장을 장악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핵심 관문을 쥐고 있다. 고속도로와 전력망처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인프라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10년 뒤 우리는 'AI 시대, 왜 한국은 설 곳 없나'라는 질문 앞에서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