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합작 종료 후 첫 공개 메시지 주목
전기차 의존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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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SK온에 따르면 이용욱 CEO는 전날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캠퍼스에서 열린 '2025 CEO 레코그니션(Recognition)' 행사에 참석해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원가 경쟁력에 제품 경쟁력을 더해 수주 경쟁력까지 갖춰야 한다"며 "원가·제품·수주 경쟁력,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낸 구성원과 조직을 시상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지난 11월 SK온 CEO로 취임한 이용욱 시대에서 SK온의 전략이 전기차 중심에서 수익성·가동률·사업 다변화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올해 '10대 공적'에는 미국 조지아 공장(SKBA) 생산성 극대화, 헝가리 코마롬 2공장(SKBM) 가동률 향상, AI 기반 제조지능화 전환, 미국 ESS 대형 공급계약 체결 등이 포함됐다.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 속에서도 원가 절감과 가동률 개선, 신규 수주를 통해 생존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특히 미국 조지아 공장은 신규 라인 가동 초기 수율 문제를 한국·미국 간 태스크포스(TF) 협업으로 해결하며 단기간 가동률을 95% 이상까지 끌어올린 사례로 최우수 공적에 선정됐다. 헝가리 공장 역시 장비 속도 개선 등 공정 효율화를 통해 가동률을 약 90% 수준으로 회복했다.
AI 기반 제조 혁신도 핵심 성과로 꼽혔다. SK온은 배터리 핵심 공정에 자동 보정(APC) 시스템과 비전 AI 기반 불량 판정, 예지 보전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 편차를 줄이고 제조 안정성을 높였다. 전통적인 대규모 투자 중심에서 공정 혁신을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로 전략 방향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포드와의 합작 체제 종료가 있다. SK온은 최근 포드와 4년간 이어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정리하고,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포드는 켄터키 공장을 가져가며 양측은 각자 운영 체제로 전환한다.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포드가 최소 계약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합작 공장의 가동률 저하와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합작 종료로 SK온은 약 10조원 규모의 합작법인 부채 부담을 줄이고, 연간 수천억원 수준의 이자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신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묶였던 생산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전환해 비자동차 분야 수주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SK온은 지난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ESS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업계는 이용욱 CEO의 이번 메시지를 전기차 회복을 기다리는 전략이 아니라, 당장 돈이 되는 사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포드와의 결별 이후 SK온이 원가·가동률·ESS 수주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생존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전기차 회복 여부와 무관하게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
이용욱 CEO 올 한 해 쉽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협력과 소통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며 "내년 역시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 함께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