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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방글라데시, 청년 지도자 피살에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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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21. 12:05

BANGLADESH-POLITICS-UNREST <YONHAP NO-4319> (AFP)
20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린 학생 지도자 샤리프 오스만 하디의 장례식에 수만 명의 추모 인파가 운집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지난해 하시나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 시위 주역인 하디가 총선 유세 중 피살되면서, 방글라데시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와 함께 반(反)인도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지난해 방글라데시 민주화 시위를 이끌며 셰이크 하시나 총리 축출에 앞장섰던 학생 지도자 샤리프 오스만 하디(32)의 피살 사건이 방글라데시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수도 다카에서 열린 하디의 장례식에는 무하마드 유누스 임시정부 수반을 비롯한 수만 명의 추모 인파가 몰린 가운데, 그의 죽음에 분노한 시위대가 언론사와 인도 공관을 공격하는 등 폭력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장례식은 다카 대학교 캠퍼스에서 엄수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유누스 임시정부 수반은 조사에서 "오늘 우리는 하디가 옹호했던 이상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한다"며 고인을 기렸다. 하디의 유해는 방글라데시 국민 시인 카지 나즈룰 이슬람의 묘소 옆에 안장되는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다. 하디는 지난주 다카에서 선거 유세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싱가포르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19일 끝내 숨졌다. 그는 오는 2026년 2월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었다.

하디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방글라데시 전역은 분노로 들끓었다. 특히 하디가 생전 하시나 전 총리를 보호하는 인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왔다는 점 때문에 시위의 화살은 인도로 향했다. 시위대는 "암살범들이 인도로 도주했다"고 주장하며 치타공 주재 인도 부영사관을 습격하고, 다카 주재 인도 부대사의 자택을 포위하기도 했다. 인도 외무부는 "치안 악화"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도 측에 해명을 요구하며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노한 군중은 언론사로 향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유력 일간지 프로톰 알로와 데일리 스타가 친(親)인도 성향이라며 본사 건물에 난입해 불을 질렀다. 데일리 스타 기자 자이마 이슬람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숨을 쉴 수 없다. 당신들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긴박했던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누스 고문도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폭력을 규탄했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총선을 앞두고 시민 공간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글라데시는 내년 2월 12일 총선을 통해 민정 이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정국 불안이 가중되면서 유누스 임시정부의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시나 전 총리의 아와미 연맹 잔존 세력과 이슬람 강경파, 반인도 세력이 뒤엉키며 혼란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하디의 죽음이 방글라데시의 민주화 이행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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