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침체 속 핵심 계열사 실적 부진
현대차그룹과 사돈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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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9일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도원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해당 사건은 중처법 시행 이틀 만인 2022년 1월 29일 경기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총수에게 직접 형사 책임을 묻는 첫 구형 사례로 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중대재해 사건에서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의무 범위와 책임 기준이 보다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정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삼표그룹이 계열사 에스피네이처에 약 74억원 규모의 부당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에스피네이처는 정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부회장이 지분 71.95%를 보유한 회사로 삼표산업으로부터 일감을 안정적으로 받아왔다.
일례로 2014년 약 558억원에 불과했던 에스피네이처의 매출액은 지난해 6403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부거래 구조가 장남 정대현 부회장 중심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내부거래를 넘어 그룹 지배구조 전반이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삼표그룹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삼표시멘트가 건설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으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주택 착공 감소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위축이 이어지면서 출하량과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받는 모습이다.
실제 삼표시멘트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5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48.8% 줄었다. 매출 감소폭에 비해 수익성 하락이 더 컸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삼표그룹이 오너 리스크·실적 부진·승계 이슈가 동시에 부각된 국면에 놓여 있다고 보고 있다. 중처법 위반 사건은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향후 승계 구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안전관리 책임과 내부거래 구조가 동시에 문제로 지적되면서 단순한 법적 대응을 넘어 경영 체제와 내부 통제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도원 회장은 장녀 정지선 씨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배우자인 점에서 삼표그룹은 범현대가 혼맥으로 분류된다. 현재 삼표 계열 부동산 개발법인 에스피에스테이트가 추진 중인 힐스테이트 DMC역 사업의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고 있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사법 판단 이후 삼표그룹이 안전 투자·내부거래 구조 개선·승계 구도 정비 등 과제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장기 경영 안정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