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토요타는 라이벌이자 동반자”… WRC 3관왕 축하 광고 눈길

일본 언론에 '경쟁을 넘어서' 메시지… WRC 3관왕에 화답한 현대차
축하 광고로 드러난 현대차-토요타 '선의의 경쟁' 서사
레이싱 협력 넘어 수소까지… 글로벌 톱2의 동행 확장

현대자동차가 22일 국내 주요 신문에 게재한 전면 광고./현대차

현대자동차가 토요타자동차의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3관왕 달성을 축하하는 광고를 한국과 일본 주요 매체에 게재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이례적인 '경쟁과 공존' 메시지를 전했다.

22일 현대차는 최근 일본 주요 신문을 포함한 한국 양국 매체에 'Beyond competition(경쟁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이번 광고는 FIA 월드 랠리 챔피언십 2025 시즌에서 제조사·드라이버·코드라이버 부문을 석권한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 랠리 팀(TGR-WRT)의 성과를 축하하는 내용이다.

광고 상단에는 지난달 초 랠리 재팬 포디움에 오른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과 세바스티엥 오지에 선수, 뱅상 랑데 선수 등 TGR-WRT 팀원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이미지로 배치됐다. 그 하단에는 올시즌 WRC에 참여한 현대차 i20 N 랠리 1과 토요타 GR야리스 랠리 1 등 양사의 레이싱 차량이 경주에 나선 장면이 포함됐다.

현대차는 한·일 양국의 언어를 통해 "모리조 선수와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 랠리팀의 2025 WRC 시즌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2025 월드 랠리 챔피언십 제조사/드라이버/코-드라이버 3개 부문 우승을 달성한 모리조 선수와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 랠리팀에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라면서 "훌륭한 경쟁자가 있었기에, 현대 월드 랠리팀 역시 최선을 다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현대차는 "(양사는) 모터스포츠를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함께 성장하는 라이벌이자 동반자"라면서 "내년 시즌에도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짜릿한 승부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광고는 단순한 축하를 넘어 지난해 현대 월드 랠리팀 소속 티에리 누빌의 드라이버 챔피언 달성 당시 토요타가 일본 언론에 축하 광고를 게재한 데 대한 '상호 화답' 성격도 담고 있다. 모터스포츠라는 치열한 경쟁 무대에서 라이벌을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장면 자체가 드문 만큼,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WRC에 참여한 현대차 i20 N 랠리 1(오른쪽)과 토요타 GR야리스 랠리 1 차량의 경합을 형상화한 그래픽 이미지./현대차

현대차와 토요타의 협력 관계는 레이싱 트랙을 넘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양사는 국내에서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공동 개최하며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나섰다.

당시 행사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은 WRC 차량에 함께 탑승해, 여러 차례 '도넛 주행'을 선보이는 등 고난도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어 함께 메인 스테이지에 올라 포옹을 나누면서, 서로의 모터스포츠 산업에 대한 열정을 칭찬했다.

정의선 회장은 "토요타와 함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계속 도전해 더 많은 분들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도 "토요타와 현대차가 함께 손잡고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후 약 1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25일, 토요타는 현대 월드 랠리팀 누빌의 2024 WRC 드라이버 부문 우승자 선정을 축하하는 광고를 일본 주요 매체에 게재했다.

지난해 용인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현장에서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이 관람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현대차

올해 6월 열린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는 공동 부스를 운영하며 기술력을 함께 선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수소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공조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양사는 인프라 구축과 표준 논의 등에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올해에는 BMW와 함께 '수소 운송 포럼(HTF)'을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도 이달 4일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요타와 실제 많은 부분 협력을 하고 있다"라며 "(수소) 표준부터 탱크 표준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SNE리서치가 집계한 지난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1만2866대다. 현대차가 3836대(점유율 29.8%)를 판매해 1위였고, 토요타가 1917대(14.9%)로 2위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시 글로벌 점유율은 44.7%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