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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왜 문제가 될까? 약의 종류가 많아지고 복용법이 복잡해질수록 환자가 약을 정확하게 챙겨 먹기 어려워진다. 동시에 약물 오류와 약물 간 상호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치료 효과는 떨어지고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은 커진다. 특히, 노인은 노화로 인한 생리적 기능의 변화로 이상반응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에서 '다제약물(polypharmacy)' 사용은 부정적인 임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노인의 다제약물 복용은 입원 위험, 약물이상반응, 낙상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모든 다제약물 사용이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관리의 초점은 '다제약물' 그 자체가 아니라 '부적절한 다제약물(inappropriate polypharmacy)'에 맞춰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약물 사용 이유가 불명확하거나, 효과가 없거나, 이상반응 위험이 이득보다 크거나, 환자가 복용하기 어려운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를 부적절한 다제약물로 정의하며, 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다제약물 관리의 핵심은 환자가 복용 중인 모든 약물을 포괄적으로 파악해 각 약물의 사용 적절성을 검토하고, 필요 시 구체적인 감량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조정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상 악화나 금단 증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탈처방(deprescribing)'에 해당한다. 탈처방은 단순한 약물 중단이 아니라, 전문적인 약물관리 과정으로 의·약사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요양시설 환자 탈처방에 관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는, 전문가의 약물 검토에 따른 탈처방 과정이 환자의 낙상 및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인 환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사용을 위해, '다제약물 관리체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에 공감해 다제약물 관리사업이 지역사회와 병원에 이어 장기요양시설까지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은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사업이 제도로 안착돼, 의·약사의 협업을 통한 전문적인 약물 관리 서비스가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지키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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