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심 AI 생태계 편입 공식화
中 사업 부담 있지만…"한쪽에 속해야 덜 위험"
|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는 미국 상무부가 추진 중인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American AI Exports Program)'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산업계 주도의 컨소시엄에 외국 기업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AI 기술 스택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구상으로, 향후 상무부가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해 참여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확대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한 바 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AI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수출 모델을 설계 중이다.
삼성은 의견서에서 AI 반도체, 네트워크, 엣지 디바이스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계층의 복잡성을 강조하며 미국 단독 공급망으로는 단기간 내 완결이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로직 반도체와 HBM(고대역폭메모리), 통신 장비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동맹국 기업을 '신뢰 파트너(trusted partner)'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SK 역시 HBM과 첨단 패키징, 소재 등 핵심 영역에서 동맹국 기업의 참여가 AI 수출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경직된 컨소시엄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한미 간 협력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0월 체결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에서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 등 AI 풀스택 전반에 걸친 수출 촉진 협력에 합의했다. 이달 12일 열린 '팍스 실리카(Pax Silica)' 서밋 역시 미국이 AI 공급망 강화를 위해 우방국을 규합하는 성격의 행사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SK의 선택을 미국 중심 AI 생태계 편입을 공식화한 신호로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기업이 미국 AI 수출 프로그램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미국이 만드는 AI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며 "경영학 연구에서도 컨소시엄은 기술 표준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와 HBM에서 주도권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경쟁자이면서도 협업 관계로 미국 중심 반도체 생태계 재편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사업에 대한 부담은 변수로 남아 있다.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미국의 수출통제 체제와 대외 투자 규정, 최종 사용자 정책 등을 준수해야 한다. 황 교수는 "과거에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양쪽을 모두 고려할 여지가 있었지만, 현재의 국제 질서에서는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며 "중국 시장이 아쉽더라도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 속에서 미국 중심 질서에 편입되는 선택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