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로 단기 실적 압박 가중
AI 등 신사업 속 무분별한 확장 경계
외부 전문가 진단 통해 대응력 강화
|
22일 구 회장은 국내외 LG 구성원에게 발송한 2026년 신년사에서 "고객의 마음에 닿을 하나의 핵심가치를 선택하고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며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에 우리의 오늘을 온전히 집중하는 혁신이 LG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것은 LG그룹이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LG는 전통적인 전자·화학 사업 외에도 AI, 바이오, 전장, 클린테크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동시다발적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LG화학은 바이오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다. LG전자는 AI 가전 '씽큐(ThinQ)' 생태계 확장과 함께 로봇청소기, 서빙로봇 등 로봇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다각화 전략이 단기적으로 실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전기차 시장 둔화로 가동률이 떨어지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LG화학의 바이오 사업은 아직 초기 투자 단계다. LG전자 역시 TV·가전 시장 포화 속에서 신사업 수익화에 고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타협할 수 없는 하나의 핵심가치'를 명확히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하나의 핵심가치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혁신의 방향성을 세우고 힘을 모을 수 있다"며 "선택한 이후에는 치열한 집중이 고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험을 만들고 세상의 눈높이를 바꾸는 탁월한 가치를 완성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사 영상의 앞 부분에는 이례적으로 외부 전문가 3명의 인터뷰가 포함됐다. 기술 패러다임, 경쟁 환경, 고객 인식, 조직 변화 등 LG를 둘러싼 외부 환경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구성이다.
먼저 조지 웨스터만 MIT 수석연구과학자는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로 패러다임 전환이 다가오고 있다"며 "전기나 인터넷이 삶을 바꿨듯 앞으로도 그에 견줄 만한 변화가 전반에 걸쳐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AI 주도의 급진적 변화 속에서 성공한 대기업일수록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닐 굽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스타트업은 물론 글로벌 테크 기업과 전통 대기업까지 비즈니스 전략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며 "자본과 자원이 많아도 기존 방식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새로운 사고와 혁신적 접근 없이는 생존과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는 고객 변화와 관련해 "소비자는 가격이나 품질을 넘어 가치와 의미를 따진다"며 "왜 이 가격인지, 어떤 차별적 경험을 주는지 설명할 수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 대표는 2019년 취임 이듬해 신년사에서 '고객'을 LG가 나아갈 핵심 방향으로 제시한 이후 해마다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발전시켜 왔다. 2019년에는 LG만의 고객가치를 정의했고 2020년에는 고객 페인 포인트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 2022년에는 되돌릴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 2023년에는 구성원 모두가 만드는 고객가치, 2024년에는 차별적 고객가치에 대한 몰입, 2025년에는 LG의 '도전과 변화의 DNA'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