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부담금 13년 만에 인상 검토
생산·소비·재활용 전 주기 재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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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를 통해 정부안을 공개했다. 핵심 목표는 2030년 생활·사업장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기존 전망치인 1012만톤(t)에서 700만t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천 감량 100만t, 재생원료 사용 확대 200만t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원천 감량'이다. 대표적인 정책은 '컵 따로 계산제'로, 이는 커피 가격에 포함돼 있던 일회용컵 비용을 영수증에 별도로 표시해, 소비자가 컵 사용 비용을 직접 인식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음료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 다회용컵 선택을 유도하는 '행태 변화 정책'에 가깝다.
또 매장 내 빨대 제공 역시 종이·플라스틱 구분 없이 요청 시에만 제공하도록 원칙을 바꾼다. 장례식장, 축제장, 공공기관 등 다량 사용 공간에는 다회용기 전환을 의무화하거나 지원을 확대한다.
소비 단계와 맞물려 생산자 책임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1㎏당 150원으로 10년 넘게 동결된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실제 처리 비용과 산업 출고량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유럽연합(EU)이 1㎏당 6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도는 그간 '값싼 플라스틱 사용'을 구조적으로 용인해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재생원료를 사용한 제품에는 부담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하고, 일회용품 등 폐기 부담이 큰 제품에는 더 높은 요율을 적용하는 차등 체계도 검토 중이다.
재활용 구조 역시 손질한다.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2026년에는 5000t 이상 생산자에게 10%, 2030년에는 1000t 이상 생산자에게 30% 사용을 의무화한다.
일회용컵에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적용해, 컵 제조사나 가맹본부가 재활용 책임을 지도록 한다. 배달용기와 택배 포장은 두께·재질 표준화, 과대포장 규제 등을 통해 발생량 자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특징은 산업 전략 병행이다. 정부는 탈플라스틱을 규제가 아닌 미래 산업 경쟁력으로 규정했다. 공정 부산물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규제특례구역을 지정하고, 선도기업과 산업단지에는 공정 개선과 연구개발(R&D)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순환자원 지정 품목도 확대해 신기술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다. 재생원료 수요가 커지는 개도국 시장 진출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할 방침이다.
정책 설계의 근거로 제시된 플라스틱 물질흐름 분석도 눈길을 끈다.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약 978만t으로, 이 중 47%가 수명이 짧은 포장재·용기류다. 재활용 비율은 64%에 그쳤고, 나머지는 소각·매립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30년 배출량은 1000만t을 넘어선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감량 없이 재활용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어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민과 산업, 시장이 함께 움직여야 탈플라스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 초 관계부처·업계 협의를 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