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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위기 시대, 국민 안전이 ‘정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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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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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상청장
유난히도 길고 무더웠던 날씨 속에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폭염일수와 네 번째로 많은 열대야를 기록한 2025년 여름은, 6월의 이른 더위부터 9월의 늦더위까지 밤낮으로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폭염이 무서운 기세를 떨치는 동안 충남 서산, 전북 군산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백두대간의 동쪽 강릉에는 호우와는 대척점에 있을 법한 가뭄이라는 또 다른 위협이 찾아오기도 했다.

우리는 매년 빈번해지는 폭염과 호우, 가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위험기상 현상을 마주하며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일상 속으로 들어와 평온했던 삶을 위협하는 거친 날씨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가 얼마나 엄중한지 절감하고 있다. 밀려오는 불확실한 자연의 거센 파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26년을 앞둔 지금, 이제 '날씨 정보'는 기온, 강수 정보 등을 전하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 국민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가치 있는 정보'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가장 마음이 쓰이는 부분은 여름철 내내 식지 않는 열기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그동안의 폭염특보가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기상청은 밤새 식지 않는 열기까지 세심히 살피고 밤 최저기온을 꼼꼼히 따져 '열대야 주의보'를 새롭게 전달할 계획이다. 또 체감온도 38도를 넘는 살인적인 더위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경우, 기존의 경보 단계를 넘어선 '폭염 중대경보'를 발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의 경고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잠시 멈춰 '쉼'을 가져야 한다는 간곡한 호소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폭염이 소리 없이 일상을 위협한다면, 하늘이 무너질 듯 내리는 집중호우는 당장 피해야 할 급박한 위험이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때 기상청은 '호우긴급재난문자'를 통해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최근 빈발하는 시간당 100㎜를 넘나드는 극단적인 호우는 기존의 기준만으로는 그 위급함을 다 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기상청은 우리가 알던 호우의 상식을 뛰어넘는 비를 가칭 '재난성 호우'로 규정하고, 그에 특화된 긴급재난문자를 추가로 발송할 계획이다. 거센 빗소리에 세상이 잠기더라도, 손 안에서 울리는 문자가 가장 빠른 대피 신호 역할을 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 못지않게 국민들의 일상 속으로 더 깊이, 더 친절하게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지역이라도 산과 바다, 도심의 날씨는 저마다 다르게 나타나기에, "우리 동네는 비가 안 오는데 왜 호우특보지?"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없도록 기상청은 면적이 넓은 특보 구역을 생활권에 맞춰 세분화할 계획이며, 하염없이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답답함을 줄이기 위해 '호우특보 해제예고'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사전 대비와 사후 복구를 서두르고, 국민들은 일상에서 아이들의 등하교나 출근길을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불확실한 기상 상황에서 국민들이 마음의 준비와 대비를 할 수 있도록, '비가 온다, 안 온다'의 이분법적 비 예보를 넘어 위험기상의 가능성을 4단계(없음-조금-보통-높음)로 상세하게 제공하는 '위험기상 발생가능성 정보'도 준비 중이다.

만해 한용운은 시 '알 수 없어요'에서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라고 노래했다. 기후위기라는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지금, 기상청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해야 하는 사명 앞에 놓여 있다. 기상청은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하늘을 감시하고, 가장 빠르고 신뢰 있는 정보로 국민들의 평안한 밤과 안전한 낮을 지킬 것이다. 2026년, 국민 곁에서 더 세밀하고 따뜻하게 진화할 기상청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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