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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엇갈린 신호 증폭하는 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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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1. 18:10

성장률 강조하며 역주행 정책 줄줄이
규제 늘리고 노동시장 경직성 더 강화
정부가 기업·자본의 해외 탈출 재촉
금리 환율 등 거시지표 불안으로 비화
배병우 논설위원
배병우 논설위원
정부가 지난달 9일 발표한 '2026경제성장전략'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집약된 첫 결과물이다. 문건의 양이 62페이지에 이른다. 이 대통령이 참석한 '보고회'도 청와대에서 열렸다. 정부가 정조준한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 제고였다. 역대 정부마다 잠재성장률이 약 1%포인트씩 하락했고 2040년대에는 0%대로 떨어진다며 성장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략'을 꼼꼼히 읽고 청와대 보고회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봐도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렇게 해서 잠재성장률이 과연 높아질까.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 수단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세제 혜택, 예산 지원, 그리고 민간자금의 생산적 분야 유도 등이다. 주로 돈을 뿌려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결국은 나랏돈 투입이다. 국민성장펀드의 절반인 75조원도 정부보증 채권으로 조달되며, 세제 혜택도 세입을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은 역대 정부가 주도했던 펀드들이 소리도 없이 사라져간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이명박 정부의 '유전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이다. 무엇보다 꼼꼼한 제도 설계가 병행되지 않은 재정 투입의 무용성(無用性)에 대해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경제성장전략의 최대 문제점은 생산성을 향상시킬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 생산성 등 3가지 요소의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산노동인구는 갈수록 줄어 노동의 성장 기여도가 2030년 전후에는 마이너스로 바뀐다. 자본 측면에서도 세계경제질서 변화로 투자가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크며 이미 가속이 붙었다. 결국, 제도 개혁과 혁신으로 기업 활동을 할 의욕을 북돋고 나라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대대적 규제 완화'라는 항목이 있지만, 실망스럽다. 향후 계획이 몇 가지 나열돼 있을 뿐이다. 경제에 새살이 돋게 하려면 좀비 기업이나 낙후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하지만 그에 대한 의지도 없다. 철강·석유화학·배터리산업이 휘청거리고 있고 피해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는 '개입'에 소극적이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이 정부 주도의 선제적 사업재편과 산업정책 활성화를 촉구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엇갈리는 정책이다. 노동시장의 과도한 경직성은 기업인과 국내외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기업 활동의 최대 장애물이다. 이번 정부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등으로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불안이 더 커졌다. 여기다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법안까지 본격 추진한다.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등 민사 분쟁에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지운다. 기업과 사용자 입장에서는 거래 관계 전반이 잠재적 노동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모두 고용과 거래를 꺼리게 하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입법이다. 호봉제 등 연공형 임금·보수체계를 손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년 연장, 주4일제 근무제 추진도 청년실업 문제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지시와 엇박자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고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성장 보고회를 열면서도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과 투자를 할 의욕을 꺾는 규제와 정책을 쏟아내는 이율배반. 이것이 이번 정부의 실상이다. 이처럼 상충되고 일관성 없는 정책 신호가 쏟아지는데 정부와 경제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생기겠는가.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할 의욕을 잃어가는 회사들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투자 압박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어떤 면에서 정부가 기업과 자본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수익을 국내로 환류하라고 압박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해외 수익을 국내에 들여와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위험해지는 고환율 문제의 근저에는 이러한 '자본의 태업 내지 저항'이 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환율, 물가, 금리, 성장률, 외환보유액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첨단기술 충격과 경제안보환경 급변이 겹쳤다. 이처럼 결정적인 시기에 정부는 입으로는 성장을 외치면서 기업과 자본을 해외로 내몰고 생산성을 낮추는 역주행 정책을 펴고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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