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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스마트카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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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4. 18:00

박정규 교수
박정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최근 자동차 산업의 화두는 단연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이다. 미디어에서는 미래의 자동차를 두고 "자동차는'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하지만 이는 대중에게 쉬운 비유일 뿐, 본질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스마트카는 스마트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기술적 복잡성을 가진 '피지컬 AI(Physical AI)'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산업을 '상공(上空)', '지상(地上)', 그리고 둘을 연결하는 '저공(低空)'으로 나누어 보는 '3계층(Layer) 모델'이 필요하다. 구글, 메타 등 IT 기업이 지배하는 '상공'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논리의 영역이며 '애자일(Agile)' 방식으로 개발한다. "일단 빠르게 실행하고(Move fast), 문제는 나중에 고친다(Fix later)"는 식이다.

반면 전통적 제조 기업의 터전인 '지상'은 1톤이 넘는 중량물이 물리 법칙에 지배받으며 달리는 실체의 세계다. 이곳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에 확률적 그럴듯함보다 안전과 신뢰성이 우선시된다. 따라서 개발 방식도 엄밀하게 정의된 프로세스가 중시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을 따른다.

자율주행의 진정한 어려움은 이 상공과 지상이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는 '저공(低空)의 세계'에서 발생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사이버-피지컬 시스템(CPS)'이라 일컫는 이 영역은 '지상'의 자동차에서 센서로 수집된 데이터를 '상공'의 클라우드로 올려보내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시 내려보내 실제 움직임을 제어하는 공간이다. 차량용 OS가 바로 여기서 작동한다. 자율주행차의 완성은 '지상'의 물리적 제어와 '상공'의 소프트웨어 영역이 '저공'을 통해 빈틈없이 연결되어야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과 차원이 다른 복합 기술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복잡한 구조에 '인공지능(AI)'이 결합되면서 문제는 기술을 넘어 '철학의 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뿌리인 기계공학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신봉하는 '환원주의(Reductionism)'에 기반을 둔다. 이는 입력과 원인이 명확해야 결과가 나오는 확실성의 세계다. 하지만 돌발변수가 난무하는 실제 도로 위에서 자율주행을 하려면,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확률적 최적해를 사용하는 AI 방식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딱 떨어지는 '정답'을 요구하는 기존 엔지니어들의 눈에, 이러한 접근법이 비논리적이고 모호하게 비친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에 성공한 기업들은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소위 IT 배경을 가진 기업가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정말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거대한 질량을 다루는 '관성(Inertia)의 세계'인 스페이스X와 자동차 제조, 그리고 가상의 'AI 세계' 모두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이 이질적인 두 세계를 통합해 냈다.

중국의 샤오미, 샤오펑, 리 오토(Li Auto) 등 자율주행을 선도하는 기업의 창업자들 역시 IT 출신들이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지상'의 진입 장벽을 뚫고 성공을 이루었다.

이처럼 경쟁자들은 '상공'과 '지상'을 융합해 질주하고 있는데, 과연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동안 한국의 제조업 발전은 '지상(제조)'의 압도적인 경쟁력이 이끌어왔지만, 상대적으로 '상공(소프트웨어)'의 역량은 아쉬움이 크다. 일본 정보처리진흥기구(IPA)의 'DX 백서2023'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IT 인력의 64.9%가 자동차 등 일반 기업 내부에 소속되어 역량을 발휘한다. 반면 일본은 고작 26.4%만이 일반 기업에서 일하며, 대다수는 외부 IT 전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으나, 내부 개발보다는 외주화가 관행처럼 굳어진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경쟁력 있는 스마트카를 만들어내려면, 소프트웨어 역량을 내재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단련된 근육질의 신체(하드웨어)에 고도로 발달한 두뇌(소프트웨어)를 새롭게 이식하는 작업과도 같다. 이질적인 두 존재가 하나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직 내 갈등과 진통은 피할 수 없지만, 이는 성장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필요한 고통'이다.

'슈퍼 엔지니어'는 바로 이 치열한 융합의 과정에서 길러지고 탄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 혼란을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주어진 문제를 직접 풀어내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이 난제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박정규 교수는 …
자동차산업 분석과 제품·생산방식 혁신 분야의 전문가.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학위를, 일본 교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토대 조교수와 미국 미시간대학교 방문학자를 역임했으며, LG전자와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영연구소 등 산업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현재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양대학교 인공지능융합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 '스마트카 패권전쟁' 번역서로 '반도체 초진화론', '실천 모듈러 설계' 등이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박정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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