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LEU 핵잠과 한·프 방산·원전 빅딜 가능해
정성장 "한미동맹 빈틈, 프랑스가 메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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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겸 한국핵안보전략포럼 대표는 핵잠 도입은 기술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억제 시스템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동맹'의 문제라고 4일 강조했다. 정 부소장은 "프랑스와 협력은 한미동맹의 빈틈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핵잠 개발 모델이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연료 선택에 있다. 미국·영국이 고농축우라늄(HEU)을 쓰는 것과 달리, 프랑스는 저농축우라늄(LEU) 기반 핵잠을 운용해 왔다.
정 부소장은 프랑스의 LEU 기반 핵잠 운용에 대해 "기술이 아니라 전략의 선택"이라고 했다. 정 부소장은 "HEU는 비확산 체제에서 가장 민감하다. 프랑스는 핵억제를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LEU라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이 선택은 한국에게도 분명한 기준선을 제시한다고 정 부소장은 언급했다. HEU 기반 핵잠은 외교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LEU 기반 핵잠은 비확산 체제 안에서 설명 가능한 유일한 경로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연료 설계부터 정비·운용·연료주기 관리까지 국가 책임이 뒤따른다. 그래서 한·불 핵추진잠수함 협력의 본질은 원자로 이전이 아니다. 프랑스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LEU 핵잠을 안전하게 설계·통합·운용해 온 '억제 시스템의 경험'이다.
프랑스는 1950년대 공격형 핵잠(SSN) 개발을 실패했다. 이 실패는 핵잠이 '배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원자로·연료·안전·운용·지휘통제가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 오브 시스템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이후 프랑스는 싸우는 잠수함이 아닌 전쟁을 막는 잠수함, 전략핵추진잠수함(SSBN)을 우선 선택했다. 프랑스는 항상 바다에 최소 1척을 유지하는 억제 초계를 국가 원칙으로 못 박고 있다.
프랑스 핵잠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기가 아니라 억제 체계' 라는 것이다.
군사 전력 전문가인 정한용 대전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도 "프랑스는 핵잠을 국가 생존을 담보하는 억제 시스템으로 설계했고, 이를 수십 년에 걸쳐 제도화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프랑스는 핵추진잠수함을 가장 체계적으로 제도화한 국가로 평가된다. 핵심은 국가 전략의 일관성"이라며 "프랑스의 핵잠은 조선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외교·군사·산업이 결합된 장기 국가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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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전시 경제 국면에서 방산 공급망, 조선·함정 MRO, 원전 건설 공급망 등에 안정성을 원하고 있다. 한국은 이 세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드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정 부소장은 이를 '한·프 방산·원전 빅딜'로 규정했다. 정 부소장은 "핵잠 협력은 단일 기술 이전이 아니다. LEU 핵잠·방산·원전을 묶은 국가 패키지 협상일 때 현실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은 외교 일정과 맞물려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부소장은 "미국 중심 동맹이 흔들리는 환경에서 한미동맹의 빈틈을 프랑스가 메우는 구조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프랑스와의 협력은 한미동맹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이다. 미국이 제공하지 않는 LEU 핵잠과 연료주기 영역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넓히는 선택지"라고 했다.
프랑스의 핵잠은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제도의 승리다. 핵추진잠수함은 억제를 책임질 준비가 된 국가만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카드다. 프랑스 핵잠이 한국을 부르고 있는 이유는 기술 이전의 유혹이 아니다. 프랑스는 억제 시스템을 함께 설계할 준비가 되었는지 질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