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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서안 통제권 확대 강행…“합병 수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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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2. 10. 10:14

유대인 토지 매입 규제 완화·팔 자치정부 권한 축소
오슬로협정·국제법 위반 지적…아랍권·유엔 반발
ISRAELI CONTROL WEST BANK
요르단강 서안지구 오프라 정착촌 인근에서 9일(현지시간) 유대인 정착촌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UPI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유대인 정착민의 토지 매입 규제를 완화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정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단계적 합병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안보내각은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은 조치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독립국가로 삼으려는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실질적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이스라엘 땅 전역에 우리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팔레스타인 국가 구상을 묻어버리고 있다"고 밝혀 합병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토지 정책 변화다. 1967년 이전 제정된 '비지역 주민에 대한 토지 매각 금지' 규정을 폐지하고, 토지 거래 시 요구되던 사전 허가 절차도 없앴다. 이에 따라 자금력을 갖춘 정착 단체들이 팔레스타인 지역 깊숙한 곳까지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군 당국은 정착민 보호 의무를 지니고 있어, 토지 매입 확대가 곧 정착촌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서안지구 토지 등기부를 일반에 공개해 매입 대상 확인을 쉽게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유대인에게 토지를 매각하는 행위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매각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팔레스타인 주민이 처벌이나 보복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서안지구 약 40%를 행정 관할해 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권한도 제한된다. 문화유산·고고학 유적지, 환경오염, 수자원 관련 사안에서 이스라엘 집행기관이 직접 철거와 단속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이집트·요르단·튀르키예·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아랍권 및 이슬람권의 8개 국가는 공동성명을 내고 "서안에 불법적 주권을 강요하는 행위로 무효"라고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점령지 내 모든 이스라엘 정착촌과 이와 관련된 통치 체제 및 기반 시설은 법적 효력이 없고, 관련된 유엔 결의를 포함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임을 재차 강조한다"며 관련 정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점령국은 안보나 현지 주민의 이익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존 법체계를 변경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는 법적 정당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향후 이스라엘 대법원에서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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