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내각의 승리로 자위대의 역할 확대, 방위비 증액, 헌법 9조 개정 논의가 금기시되지 않고 공공연해졌고, 일본 대다수 국민은 더 이상 전쟁을 '불가능한 선택'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은 일본 내 안보 불안감을 확산시켰고 이번 선거에서 그러한 심리가 분출했다. 자민당은 이제 안정적 의석을 바탕으로 군사력 증강과 법·제도 개편을 가속할 정치 동력을 확보했다. 이제 일본은 명실상부한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나아가는 중대한 길목에 섰다. 마쓰시타(松下) 정경숙에서 국가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정치지도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학습한 다카이치 사나에는 '중의원 해산' 승부수를 던져 성공했다.
◇ 동북아 전략 지형의 변화
다카이치 정권의 재출범은 동북아 전략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이미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장거리 미사일 개발, 미·일 연합작전 체계 강화 등 군사전략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선거 압승으로 이러한 정책들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일 동맹의 성격 변화다. 트럼프 진영이 강조하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대' 기조와 맞물려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 군사축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일본은 단순한 후방 기지가 아니라 실질적인 전쟁 수행 주체로 변모하게 된다. 이는 한국에 복합적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첫째,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 구도가 한층 명확해진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대만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최전선 국가가 될 것이며, 군사적 긴장 수위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둘째, 북한 문제에서도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미사일 요격, 해상봉쇄, 정보감시정찰(ISR) 활동에서 일본 자위대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실질적 군사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위협 변화에 대해 모든 역량을 '대만 유사시'라는 전제하에 은밀히 대비해 왔고 이번 여당 선거 압승으로 헌법개정에 다가갈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역사 문제와 주권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마찰 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일본이 군사대국(軍事大國)의 길로 나아갈수록 한국 사회 내부의 경계심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 한반도와 대만 유사시 파급 영향
다카이치 정권의 압도적 승리는 한반도 유사시와 대만해협 위기 상황에서 결정적 변수가 된다. 무엇보다 일본은 더 이상 분쟁의 후방 지원국이 아니라 적극 개입 국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유사시 일본은 오키나와와 규슈 일대를 거점으로 미군과 공동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일본 자위대의 직접 참전 가능성도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됐다. 이는 중국에 강력한 억지 효과를 주는 동시에, 동북아 전체를 전쟁 위험 속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이 큰소리쳐도 일본은 2차대전 이전에 항모를 운영해 본 나라다. 한반도 상황에서도 일본의 역할 확대는 불가피하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일본은 미사일 방어체계, 후방 병참지원, 해상작전 등에서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인근 활동이 확대될 경우, 한국 내 정치적·정서적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거사 문제와 결부될 경우 한·일 안보협력은 구조적 긴장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한국에 새로운 전략적 딜레마를 안겨준다. 한편으로는 대중·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반면에 일본이 지역 군사 패권국으로 부상할 경우 한국의 전략적 공간이 축소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한국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냉철한 국가이익 중심의 전략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 국익을 중심에 둔 냉철한 국가전략 필요
다카이치 사나에의 압승은 일본 국내 정치의 변화가 아니라 동북아 국제질서 재편의 신호탄이다. 일본은 더 이상 경제대국(經濟大國)에 머무르지 않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복귀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러한 현실을 한국은 직시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하되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실리적으로 관리하는 균형감각이다. 둘째, 일본의 군사대국(軍事大國)화를 견제하면서도 중국과 북한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현실주의 외교다. 셋째, 독자적 억지력 강화를 통해 주변국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의 확보다.
일본은 이미 하나의 전쟁·작전 구역(One Theather) 개념을 제시하였고 미국의 인·태 전략 자체가 일본을 전선으로 한 대중 억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일미군 전력을 강화하고 주한미군 전력을 전환할 의도를 국방전략서에 표출했다.
앞으로 동북아는 미·중 전략경쟁, 일본의 군사대국화, 북한의 핵위협이 중첩되는 고위험 지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일본 선거 결과는 그 변화의 서막일 뿐이다. 한국이 이 격변의 시대를 주도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닌 전략, 이념이 아닌 국익을 중심에 둔 냉철한 국가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히로히토 일왕이 2차대전 종전 연설에서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진정 참는 것이며 내일을 기약하자"고 했던 그 내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