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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이게 우리 직업이니까”…명절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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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2. 11. 18:49

시민 안전 지키는 경찰·간호사
"누군가는 이 곳에 있어야 하니까"
명절 선물 대신 전하는 택배 기사
"물건 아닌 마음 전한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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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 간호사 김원길씨. /김원길씨 제공
"이게 우리 직업이니까."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 간호사 김원길씨(25)는 매년 그랬듯 이번 설에도 고향집 대신 병원으로 간다. 설 연휴로 병원 전체는 다소 한산해지지만 응급실만큼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급성 질환·각종 안전사고까지 언제 어떤 환자가 들어올지 알 수 없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김씨는 "연휴일 때 오히려 환자가 더 많다"며 "(명절에는) 특히 교통사고나 식품 안전사고 환자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동안 출동 건수는 모두 6만4852건으로 이 중 구급 신고 출동 건수가 5만1222건으로 전체의 78% 가량을 차지했다.

그에게도 명절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이다. 하지만 근무표가 나오면 개인 일정은 그다음이다. 김씨는 간호사 일을 시작한 뒤로 명절 당일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는 "친척들이 모여 있는데 병원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불철주야 환자를 돌보는 것이 간호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응급실은 1분 1초에 생사가 오가는 곳이니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설 연휴는 일종의 '쉼표'다. 사람들은 매년 설 연휴 기간 고향을 찾는다. 최근에는 연휴 동안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도 늘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역대 명절 일평균 최다 여객 순위 1, 2위가 각각 지난해 설과 추석이다. 이 기간 하루 22만명 가량이 인천공항을 찾았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여행 가방을 끌며 이동하는 풍경은 이제 명절의 익숙한 풍경이다.

명절을 맞은 도시는 그렇게 잠시 속도를 늦춘다. 하지만 모두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택배 기사 진경식씨(26)에게 설 연휴는 가장 바쁜 시기다. 설을 앞두고 선물·생필품 주문이 몰리면서 물량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다. 진씨는 연휴 기간에도 새벽부터 물류터미널로 나가 분류 작업을 마친 뒤 배송에 나선다. 그는 박스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안부 인사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송장을 확인한다. 진씨는 "명절 선물은 그냥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부모님께 선물을 보낼 때 괜히 더 신경 쓰이는데, (택배를) 보내는 분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면 더 빨리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송 차량 적재함은 연휴를 앞둔 선물 상자로 금세 가득 찼다. 그는 "하루에 처리해야 할 물량이 늘어나 몸은 힘들지만, 제 손을 거쳐 누군가의 명절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면 버틸 만하다"고 말했다. 진씨는 이날도 마지막 상자를 내려놓을 때까지 시동을 끄지 않았다.

경찰도 모두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주말뿐 아니라 명절에도 쉬기 어렵다. 서울의 한 기동대 소속 순경 A씨는 이번 설 연휴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집회·시위 현장에 배치된다. 그는 "집회가 겹치면 하루 종일 현장에서 대기할 수도 있다"며 "사고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부터 명절 근무는 어느 정도 감수한 일"이라며 "눈에 띄지 않아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지금은 내 차례일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해양경찰 B씨도 명절에 제복을 입는다. B씨에게 이번 설은 임용 후 처음 맞는 명절이다. 그는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축하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긴 하다"지만 "이제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해양경찰학교) 졸업식 때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가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했던 순간이 떠오른다"며 "명절뿐 아니라 평시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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