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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장기화에 러시아 노동시장 채우는 인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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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2. 12. 15:38

작년 인도인 취업 비자 7만 2천 건 발급 ‘14배 급증’
루블화 가치 하락·반이민 정서에 중앙아시아 인력 이탈 가속화
푸틴-모디 ‘노동 협정’ 체결… 제조·건설업 현장 인도인으로 대체
Russian city of Ka... <YONHAP NO-1704> (Alexander Melekhov/TASS)
지난 1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의 한 도로가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타스통신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극심한 노동력 부족 사태에 직면한 러시아가 전통적인 이주 노동자 공급원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대신해 인도 인력을 대거 유입시키며 경제 가동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모스크바 공항 입국장에는 우즈베키스탄 등을 경유해 4300km를 날아온 인도 남성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건설 현장이나 청소 용역, 공장 등에 투입되기 위해 입국한 인력들이다. 쓰레기 처리 업체와 1년 계약을 맺었다는 아지트 씨는 로이터에 "돈벌이가 괜찮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러시아 당국은 현재 최소 230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쟁 동원령으로 인한 남성 인력 유출과 방위 산업체로의 인력 쏠림 현상이 겹치면서 제조업에서만 80만 명, 건설 및 서비스업에서는 150만 명의 인력이 당장 필요한 실정이다.

그간 러시아의 3D 업종을 도맡았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은 최근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방 제재로 인한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송금 매력이 떨어진 데다,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이후 강화된 이민법과 러시아 내 반(反)이민 정서가 이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러시아가 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손을 내민 곳은 인도다. 2021년 약 5000건에 불과했던 인도인 대상 취업 비자 발급 건수는 지난해 약 7만 2000건으로 14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러시아가 발급한 전체 외국인 노동자 비자 할당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알렉세이 필리펜코프 인력 송출 업체 대표는 "현재 인도 출신 노동자가 가장 인기"라며 "중앙아시아 인력은 비자가 필요 없음에도 예전만큼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양국 정부 차원의 밀착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12월, 인도인의 러시아 취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당시 "러시아는 무제한의 인도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모스크바 외곽의 섬유 공장 '브레라 인텍스'는 최근 인도인 노동자 10여 명을 채용해 커튼과 침구류 생산을 맡겼다. 3개월째 근무 중이라는 가우라브(23) 씨는 "러시아 생활에 만족한다"며 매일 인도에 있는 가족과 통화한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인근 세르기예프스키 농장에서 채소 포장 일을 하는 사힐(23) 씨는 월 5만 루블(93만 5000 원)을 받는다. 농장 측은 "현지인들은 이 임금에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압박하고 있어 양국의 경제 협력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노동력이 급한 러시아와 일자리가 필요한 인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당분간 '인도인 러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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