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너가 상속 분쟁 1심에서 승소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장기간 이어진 가족 간 갈등이 리더십 부재 요인으로 지목 돼 온 가운데 사법부가 승계 과정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구광모 체제'의 정통성과 지배구조의 연속성이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11부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유산과 관련해 김영식씨와 구연경·구연수씨가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2018년 체결된 상속재산 분할 합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협의 과정에서 원고 측의 의사표시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쟁점이 됐던 유지 메모와 관련해서도 상속재산 분할 협의 자체를 무효로 볼 정도로 기망행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구광모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LG의 최대주주 지위를 법적으로 공인받게 됐다. 2025년 반기보고서 기준 구 회장 본인의 지분(15.96%)을 포함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1.72%에 달한다. 이는 경영권을 방어하기에 충분한 수치로 법원이 기존 합의의 유효성을 인정함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던 지분 재분배 시나리오는 힘을 잃게 됐다.
이번 분쟁은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을 넘어 ㈜LG 지분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컸다. 세 모녀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지분 재분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최대주주 지위 변동 가능성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심 결과로 구 회장의 최대주주 지위와 지배구조는 일단 유지되게 됐다. 현재 LG그룹은 지주회사 ㈜LG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반기보고서 기준 ㈜LG는 LG전자 지분 35%, LG화학 35%, LG유플러스 38%, LG CNS 45%, LG생활건강 34%, HS애드 35%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0%대 초반을 형성하면서 지주회사 중심 지배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구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LG는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가 강해 총수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승소로 구 회장이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같다"며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이 수년간 이어지는 동안 LG는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향후에는 글로벌 협력이나 미래 전략 설계에서 총수의 역할이 더 부각될 수 있다"며 "LG가 현재 당면한 과제가 적지 않은 만큼 그룹 총수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진두지휘하는 모습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의 경영권 안정은 LG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 전략의 가속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로봇 및 모빌리티 구동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Actuator)'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경쟁사 대비 로봇 사업 등의 플레이가 작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번 전담 조직 신설은 핵심 기술 내재화를 통해 판을 키우겠다는 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세 모녀 측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법적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LG 측은 이번 판결로 상속재산 분할 협의의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구 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은 "당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 법원에서 확인됐다"며 "기존 합의의 유효성이 인정된 만큼 향후 절차에서도 큰 쟁점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