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 농어촌 기본소득 핵심은 ‘面지역 선순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18010005486

글자크기

닫기

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6. 02. 18. 18:06

정영록 증명사진
정영록 경제부 기자.
농촌 소멸대응 정책으로 관심을 모았던 '농어촌 기본소득'이 이달 말부터 본격 지급될 예정입니다. 해당 사업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경기 연천군, 강원 정선군, 경북 영양군 등 인구감소지역 10개군(郡) 주민들에게 매월 15만원 상당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올해부터 2년간 시범사업이 진행됩니다.

사업명은 기본소득이지만 단순한 현금 지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쓰고 없어지는 돈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있도록 사용처가 제한됐습니다. 예를 들어 읍과 생활권이 묶인 면 지역 주민의 경우 병원·영화관·학원 등 읍 중심 5개 업종을 비롯해 관내 주유소·편의점, 면 소재 하나로마트 등에서 최대 5만원까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지역 내 모든 면에서 지출해야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같은 사업시행지침을 두고 일각에서는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주민 소득안정, 지역경제 및 공동체 활성화 등이 목적이라면 지출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소멸위기 농촌의 경우 거주지별 복잡한 사용 기준은 불편만 생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책 취지를 들여다 보면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 목표는 가계 보조가 아닌 지역 활력 제고입니다. 여기서 대상 지역은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집중된 읍이 아닌 면 단위입니다. 상권이 약화된 면에 가게가 하나라도 더 생길 수 있도록 하고, 운영 중인 곳은 유지될 수 있도록 여력을 만드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입니다. 기본소득이 복지정책으로 끝날 것인지, 지역경제 회복의 실마리가 될 지는 운영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예상가능한 불편에도 이를 감수하고 나아가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면에서 살 물건이 없어서, 쓸 곳이 없어서 제한을 모두 풀어버리면 지출이 읍 중심지로 모일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면 지역에서 자본이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지침은 언제든 수정·보완할 수 있습니다. 고정불변의 원칙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변화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농식품부는 설 직전 읍 거주자가 면 소재 하나로마트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초 읍 거주자는 하나로마트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방정부 측 건의를 수용한 조치 일환입니다.

우리 농촌은 현재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기 위한 시작점에 있습니다. 발생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기우(杞憂)'보다는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期待)'가 우선돼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체질개선을 위한 성장통이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가져올 변화는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시범사업이 종료된 2년 뒤 평가는 '얼마나 줬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변했나'로 결정될 것입니다.
정영록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