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의 파편화와 예측 불가능성이 무기로
의도된 불확실성 속 메시지 방향성 읽어내는 게 생존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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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커뮤니케이션 특징은 이미 1기 때부터 유별났다. 격식 파괴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SNS 단문. 이젠 차원이 달라졌다. 그때에는 주로 국내 정책과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세계 안보지형과 금융, 무역, 관세를 타격한다.
첫째 핵심은 메시지의 파편화와 카오스(chaos)의 전략화. 공식 브리핑이나 오벌 오피스의 엄숙한 연설은 없다. 그건 상대방이 상황을 분석하거나 전망하기 쉽다. 대신 적국은 물론 동맹국조차 분석이 애매모호할 정도로 몰아넣는다.
공습 전날까지 기자들에게 "간접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만족스럽지 않다"거나, "(공습은) 아직"이라는 답변으로 마치 외교적 타협 여지를 뒀다. 두 항모전단을 보내면서 협상에 무게를 두는 언급을 하고, 평화를 말하며 이란 지도부 제거를 강조했다.
시카고행 비행기 안에서 타격 승인 직후 '정부 내 AI 기술 사용 제한'을 올렸다. 공습이 성공하자 "섬멸했다" "이제는 평화의 시간"이라고 SNS에 몰렸다. 절대적 힘의 과시, 정보 분석 교란, 모순된 메시지 동시 발산 등으로 모든 이들의 판단 불능 또는 지연 상태를 노렸다. 상대의 판단력을 주저앉히고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커뮤니케이션 형식이다.
둘째, 예측 불가능성을 최댓값으로 무기화한 고도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다. 적의 지휘부나 대중의 인지 능력을 조작해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유도하는 현대 심리전의 전술을 정치 커뮤니케이션에 접목했다.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한 의도적인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기만적으로 활용한다. 공습 직전 막후 중재자인 오만 대사가 최종 타결 방안을 갖고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J.D. 밴스 부통령은 만족을 표시했으나 직후 공습이 이뤄졌다고 오만 대사는 SNS에 불만 섞인 폭로를 했다.
공습 직전 현존 최강 항모 제럴드 포드함의 650여 개 변기 고장 등 하수처리 시스템 정비 부실, 11개월 장기 항해로 사기 저하 등의 뉴스가 월스트리트저널과 공영방송 NPR을 통해 보도됐다. 준비가 덜 돼 공습이 바로 이뤄질 수 없다는 강력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린 명백한 기만전술이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는 자서전에서 "협상의 기술은 바로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상대가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확히 안다면, 나는 이미 진 것"이라고 썼다. "나도 내가 다음에 뭘 할지 모른다"는 식의 분위기. 바로 예측불가능성이라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응 시나리오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그는 "약간의 과장은 절대 해롭지 않다"고도 책에 기술했다. 이란의 전력이 '심각하게 저하'됐다는 군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트럼프의 SNS는 달랐다. '섬멸' '초토화' 같은 표현(전에는 이란을 지워버리겠고도 했다)을 썼다. 대중은 가장 크고, 대단한 것에 열광한다는 '거래 기술과 믿음'은 군 당국의 정제된 표현보다 직관적 표현으로 일관한다. 압승, 힘, 승리를 연상시키는 직관적 이미지로 즉시 변환시키는 것이다.
효율적 정치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간결함'과 '정제된 표현'의 정수로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에이브러험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년)이다.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는 지금도 교과서에 나오는 민주주의 원칙은 간결함 그 자체다. 단어 수는 272개. 링컨 연설 직전 그 자리에서 상원의원 에드워드 에버렛이 1만3607개 단어로 2시간(링컨은 3분 정도로 추정) 가까이 연설했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트럼프는 간결함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전술을 활용한다. 그러나 정제된 표현은 트럼프식 직관적 표현으로 대체했다. 가치나 품격보다는 즉응적 인식의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간결함과 직관 뒤엔 무력을 보여주는 패턴을 보인다.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2월 멕시코 마약왕 엘 멘초 제거, 3월 이란 헤메네이 최고지도자 제거. 이 과정에서 항상 '정의 vs 악당' 프레임으로 단순화하고 상대에겐 두려움을, 지지자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는 옳고 그름, 상대 진영의 비난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장엄한 분노'로 번역된 'Operation Epic Fury'. 뭔가 자극하려는 선거 슬로건 냄새가 나지 않는가. 트럼프 측 누구도 설명하지 않지만, 대중은 알아차린다. 자국민을 수만 명 학살한 악당을 내가 응징하러 간다는 서사를 각인시킨다. 11월엔 트럼프에겐 이란 상황보다 더 중요한 중간선거가 있다.
트럼프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는 소음과 불확실성이 의도적으로 배치된다. 이제 세계는 그의 파편화된 메시지에서 소음과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의도를 읽어내는 게 생존능력이 돼 버렸다. 차갑게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호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