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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답을 추론해 보기 위해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하는 '노동의 분업'을 다시 음미해 보자. 레오나드 리드(Leonard Lead)는 '나, 연필(I, Pencil)'이라는 짧은 글을 통해 자유로운 교역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가 분업을 통한 사회적 협동의 체제임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 글은 국부론에 나오는 근로자가 입는 모직 코트의 사례를 연필로 바꾼 것이다. 연필의 심, 나무로 만드는 연필 몸통, 그리고 지우개 등의 재료들이 운송되고 최소의 비용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무수한 사람들이 기여한다. 연필의 몸통이 되는 나무를 운송하기 위한 철도의 건설에 기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연필 생산에 기여하는 줄도 모르고 기여하는 셈이다.
스미스의 '노동의 분업'을 하이에크의 '지식의 분업'으로 다시 해석해 보면 자유로운 교환의 경제가 사회적 협동 체제라는 것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장경쟁을 통해 분산된 정보가 결합되고 새로운 정보가 생산된다. 누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떤 가격에 팔고 있고 그것이 어디에 사용될 수 있는지와 같은 정보가 분산되어 있으며 또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생산할 때 소비자들이 선택한다는 것과 같은 정보가 시장경쟁의 과정을 통해 생성된다.
우선 연필이 실제로 전 세계적 분업을 통해 생산되는 전체 과정을 완벽하게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유로운 교환의 범위가 제한될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기회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시장의 가격에 이끌려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이 더 잘하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서 서로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고율의 관세를 매겨서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을 변경시키면 이제 그런 협력의 가능성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유형의 협력은 재산권 보호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평화롭게 이루어진다.
스미스는 아마도 250년 전 그토록 비판했던 '중상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이런 관세의 조속한 종식을 충고할 것이다. 그는 중상주의자들이 금화나 은화 같은 화폐의 양을 국부로 착각해 수출은 장려하고 수입은 억제하는 정책을 펴지만 결국 이런 정책으로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을 줄여 국민을 궁핍하게 만든다고 경고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노동의 분업을 지식의 분업으로 재해석하면 이런 추론은 더 힘을 받는다.
물론 스미스는 경제가 아닌 국방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결코 자유무역주의자였다고 할 수는 없다. 국방을 위한 선박 등에 대한 각종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 간에 경제를 넘어 군사적인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스미스가 인식하는 경우, 아마도 스미스는 안보의 문제와 관련이 없는 한, 그리고 자유교역 체제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닌 한, 조속히 관세전쟁을 종식하라고 충고할 것이다.
김이석 논설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