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개인에 파업 손배 청구 제한
시행 전부터 하청노조 교섭 요구도
수천개 협력사 얽힌 산업계 부담 커
|
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0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 범위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노동자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라면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쟁의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 규정도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앞으로는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기업이 노동자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제한된다.
노동쟁의의 범위도 일부 확대된다. 기존 법에서는 노동쟁의 대상이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 직접적인 근로조건 문제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 등 경영상 판단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줄 경우 노조가 이를 교섭 의제로 삼거나 쟁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 의제까지 요구하겠다고 공언하며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법 시행 전임에도 하청 노조가 원청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하청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교섭 상대가 없다는 이유로 권리 보호를 받기 어려웠고, 노란봉투법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별로는 협력사와 하청 구조가 촘촘하게 얽혀 있는 제조업과 건설·물류 분야의 경우 노사 갈등이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어디까지가 사용자성의 범위가 인정되는지 등 명확하게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수천 개의 협력사로 구성된 자동차 산업은 법 시행 이후 부담감이 상당할 전망이다. 일례로 특정 부품사 노조가 원청인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할 경우, 사실상 생산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등 13개 원청사를 상대로 143개 하청 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 협력사와 연결돼 있어 일부 협력사에서 노사 갈등이 발생해도 생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조선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대형 조선소의 도크나 생산시설에서 점거 농성이 발생할 경우 공정 전체가 중단될 수 있어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강 산업 역시 영향이 예상된다. 철강 생산은 고로를 중심으로 연속 공정으로 운영되는 만큼 파업이 발생하면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원청 철강사를 상대로 직접 고용이나 처우 개선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건설업에서도 하청 구조가 복잡한 만큼 노사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공사 현장에서 집단행동이 발생할 경우 공사 지연과 현장 갈등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류 산업에서도 플랫폼 기업이나 대형 유통사를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