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독점 계약으로 체급 키우기
주요 학회·임상 발표 기대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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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약 12조85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와 희귀 소화기 질환 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약 1조8900억원(약 12억6000만 달러) 규모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올해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기술수출 확대의 배경으로 후기 임상 개발과 플랫폼 기술 경쟁력 강화 등을 꼽는다. 후보물질의 개발 단계를 높여 협상력을 키우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내 바이오텍의 전형적인 모델이었던 '초기 단계 기술이전' 전략에서 벗어나 자체 후기 임상을 통한 '빅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확보한 약 1조원의 현금을 기반으로 핵심 후보물질의 후기 임상 개발에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후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후보물질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재욱 리가켐바이오 부사장은 "기술수출보다 중요한 것은 임상 데이터"라며 "목표는 한국에도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지속적으로 글로벌 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열리는 유방암 심포지엄(SABCS)과 미국혈액학회(ASH)에서는 리가켐의 기술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 1상 데이터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임상 결과가 향후 기술수출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첫 기술수출의 포문을 열었던 알테오젠 역시 '글로벌 독점 계약'을 기반으로 사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플랫폼 'ALT-B4'를 앞세운 알테오젠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 제약사들과 약 6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비독점 구조여서 실제 현금 유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머크(MSD)와 독점 계약을 체결한 이후 추가 계약금과 판매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연초 GSK 자회사 테사로(4200억원·2억8500만 달러), 바이오젠(8600억원·5억7900만 달러)과의 계약으로도 이어졌다. 전태연 알테오젠 대표는 지난달 열린 '바이오 USA'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2건의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몇 건은 더 가능할 것"이라며 "건수와 규모 면에서 올해가 지금까지 중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성 질환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들의 소식도 이어질 전망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자체 개발 중인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자보페그두타이드(DD01)'의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를 3분기 안으로 수령할 예정이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성공적인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빠르게 도출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올릭스는 지난해 일라이 릴리에 기술수출한 MASH 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의 임상 1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회사는 임상 2상 진입 시 일라이 릴리로부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게 된다. 차세대 비만치료제 'OLX501A' 역시 바이오 USA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미국 임상 3상 결과 발표와 함께 MASH 치료제 후보물질의 글로벌 계약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폐암학회(WCLC), 유럽종양학회(ESMO) 등 주요 학회에서의 연구성과 발표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달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데이터를 시작으로 보로노이(비소세포폐암), 한올바이오파마(안구건조증)의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 에이프릴바이오의 파트너사 룬드벡은 갑상선안병증 치료제 'APB-A1'의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추가 기술수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술수출과 대규모 자금조달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국내 바이오텍의 자산 경쟁력과 자금 조달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며 "임상 데이터와 기술수출 성과가 이어질 경우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