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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갤러리] 조은희 ‘연하리’ - 꽃잎처럼 겹친 산, 눈과 꽃이 만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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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기자

승인 : 2026. 08. 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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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장지에 분채, 색채. 72×54cm. 2022. 그림 조은희
봄이 무르익던 어느 날, 때아닌 눈이 대봉산을 포근히 덮어 나뭇가지마다 상고대의 흰 꽃을 소복이 피워냈다. 산마루를 뒤덮은 연분홍빛은 봄꽃인지 상고대인지 그 경계가 아스라해져, 한 계절 속에 다른 계절을 살포시 품고 있다.

화면 한가운데, 책가도의 격을 빌려 화문이 새겨진 사각의 층들을 정갈하게 쌓아 올린 탑은 가평군 백련사의 층탑을 상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산자락 사이사이 옹기종기 자리한 채색 가옥들은 할머니의 손때 묻은 꽃무늬 보자기를 닮아, 얼어붙은 봄 풍경에 다사로운 온기를 가만히 불어넣는다.

한국민화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민화작가 조은희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마을의 봄을 책가도의 격식 속에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지어 올렸다. 계절의 경계에 선 이 그림 앞에서, 시린 하루에 지친 마음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요하고 포근한 품에 몸을 기대게 된다.

리기태 전통예술 평론가
안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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