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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최소국가의 최소한, 검찰 보완수사권 정상화가 헌법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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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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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고문
김이석 논설고문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에 대해 20세기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거장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은 명저 '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를 통해 명료한 답을 남겼다. 노직은 국가의 간섭을 극도로 경계하지만, 개인의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폭력, 사기, 그리고 사회적 공포를 유발하는 범죄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는 '치안과 사법의 독점적 제공'이라는 최소국가의 마지노선을 그어두었다.

이러한 국가의 최소 역할에 관한 한, 노직과 쌍벽을 이뤘던 존 롤즈(John Rawls)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정의론'에서 "국가의 첫 번째 의무는 공공의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칙들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개인과 재산의 보호 및 공공재 제공을 필수적 배경 조건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롤스는 노직이 말한 법치와 치안이라는 '배경적 정의' 위에서 차등의 원칙이 가동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두 학자의 차이는 국가의 재분배적 기능에 있었을 뿐이다.

노직에 따르면 인간이 자연상태의 무한한 자유를 유보하고 국가라는 '지배적 보호협회'의 관할 아래 들어간 정당성은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피해'와 '이유 없이 항상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free-floating anxiety)'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에 있다. 비록 사후 배상이 보장되더라도 신체적 폭력, 강도, 무단 침입처럼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몰라 사회 전체를 공포에 빠뜨리는 공적 침해(public wrongs) 행위만큼은 금지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나중에 보상만 해주면 언제든 신체나 재산을 침해해도 된다"는 사회적 규칙이 적용된다면, 사람들은 언제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 몰라 매 순간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이 공포는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에 전염된다. 강간 목적의 살인 같은 잔혹 범죄도 당연히 그런 공포를 자아낸다. 따라서 국가가 이러한 참혹한 범죄를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하는 것은 국가라는 제도 자체가 존재하기 위한 '도덕적 절대 의무'이자 국가를 정당화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퇴행은 최소국가의 최소한의 정당성마저 흔들고 있다. 최근 온 사회를 공포에 빠뜨린 '장윤기 사건'은 정교한 사법 시스템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줬다. 보완수사권을 통해 "140초 동안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죽어간 채원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려고 했다"는 광주지검 김진희 검사는 국가가 최소한 해야 할 일을 수행한 것이다. 강력범죄가 지능화하는 현실에서, 수사와 기소의 기계적 분리만을 '개혁'이라 착각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김진희 검사가 수행했던 일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국가의 '보호 의무' 수단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자충수다.

법조계 그리고 시민단체와 국민 대다수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형벌권 행사를 거세해 범죄 피해자와 무고한 시민으로 하여금 변호사를 고용해 스스로 사법정의를 구하도록 하는 상태로 몰아넣는다. 경찰 수사의 빈틈이나 진범 추적, 증거 인멸의 위기에서 검사가 보완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칠 길을 왜 차단하는가. 개별 시민 피해자들이 그 일을 제대로 할 수는 있겠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노직과 롤즈의 관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중대한 '위헌적 요소'를 내포한다. 헌법 제10조는 국가의 기본적 인권 보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최소국가라 하더라도 정교한 사법 절차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범죄와 공포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법률로 보완수사권을 폐지해 범죄 대응 역량을 저하시키는 것은 국가가 최소한의 조치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위헌적이다.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더 이상 정당한 '지배적 보호협회'라 할 수 없다. 경찰의 과부하와 수사 지연, 보완수사 봉쇄로 사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한다면 이는 국가 권력의 도덕적 파산이다. 따라서 이러한 퇴행은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멈춰 세워야 한다.

정부와 여당 역시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이 공포 없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보완수사권을 원상복구해야 한다. 사법 시스템의 목적은 오직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범죄자에게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데 있다.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마저 방기할 때 시민들은 권력의 정당성을 물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사법적 공백 속에서 '장윤기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헌법소원과 국회의 법 재개정을 통해 보완수사권을 정상화하고 사법 안전망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헌법이 명한 의무이자 최소국가의 존재 이유다.

김이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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