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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화재가 나면 소방관은 방화복을 입고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채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보호복 안 체감온도는 상상을 뛰어넘으며 화염과 복사열까지 더해지면 한계 상황과 싸워야 한다. 그래도 소방관들은 사람이 남아 있다면 물러서지 않는다.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온다)'는 이 말은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숙명을 압축한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어느 소방관의 기도'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리고 운명이 허락한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품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소방관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아니다.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다른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두려움 속으로 걸어가는 사람이다.
미국에서 소방관이 각별한 존경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11 테러 당시 시민들이 세계무역센터를 빠져나올 때 소방관들은 계단을 거슬러 올라갔다. 시민은 위험 밖으로, 소방관은 위험 안으로 향했다. 수많은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고 미국 사회는 지금도 그 희생을 기억한다. 공동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한 사람을 잊지 않는 것, 존경은 거기서 시작한다.
우리 사회와 기업에서도 소방관의 현장 안전을 지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이 휴식할 수 있는 회복지원차를 제작·지원한 데 이어 올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화재 현장에 투입할 무인소방로봇을 공개했다. 이처럼 소방관의 희생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재난 현장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소방관들이 치르는 대가는 여전히 크다.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공상 신청은 2025년 기준 1271건이었다. 또한 2024년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단이 발표한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마음건강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43.9%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우울·수면장애 등 가운데 하나 이상에서 관리가 필요한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소방관들이 불길은 진화했지만 참혹한 현장의 기억은 쉽게 끄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심신수련원이 절실하다. 소방청은 당초 올해 8월 개원을 목표로 소방심신수련원을 추진했지만 아직 착공도 못한 상황이다. 소방관의 PTSD와 직무상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치유하고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 또한 국가의 책무다.
우리는 소방관이 순직하면 영웅이라 칭송한다. 하지만 그 전에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충분히 쉬고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료받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게 진정한 예우다. 소방관들이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위험 속으로 들어가 마지막까지 남는다면 이제는 사회가 답해야 한다. 소방관들이 영웅으로 희생되지 않게 모두가 지켜줘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