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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다시 상전벽해 노리는 박지원과 건륭황제의 땅 청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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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6. 08. 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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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지척의 거리
청나라 이전까지는 완전 벽촌
청나라 건국하면서 상전벽해
건륭황제의 피서산장 소재지로 유명
박지원도 불후의 열하일기 저술
최근 관광 산업으로 부활 조짐
피서산장
중국 허베이성 청더에 소재한 청나라의 별궁 피서산장./청더=홍순도 특파원.
수도 베이징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는 중국의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인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만큼이나 한국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도시로 유명하다. 무슨 대단한 고등 교육을 받지 않아도 국민 대부분이 알 수 있는 조선 시대 말기 실학파의 거두 박지원이 쓴 불후의 역작 열하일기(熱河日記)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건륭(乾隆)을 비롯한 청나라 황제들의 별궁인 피서산장 소재지라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청더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각별해진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청나라 멸망 이후 쇠락을 거듭, 과거의 위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해도 좋다. 어느 정도인지는 상주 주민이 330여만 명인 시의 경제 현황이 무엇보다 확실하게 말해준다. 재정 수입이 140억 위안(元·2조9540억원)으로 전국 700여개 도시 중 거의 최하위권에 속한다. 허베이성의 11개 시 중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2025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전국 평균의 50%를 갓 넘은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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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더 시내 전경. 아직은 활기차지 않아 보이나 경제적 발전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청더=홍순도 특파원.
이 현실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으로 향하는 고속열차에 비치고는 하는 시내의 우중충한 모습이 무엇보다 잘 대변하지 않나 싶다. 여기에 피서산장으로 향하는 도로변에 보이는 풍경들이 대체로 무척이나 활기 찬 중국의 여느 도시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사실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시내 곳곳의 폐건물들과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놀이동산에 개미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은 이로 보면 너무나 당연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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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더의 콴청만주족자치현 내 판자커우 수이쿠 선착장. 이곳에서 판룽후 유원지 유람을 할 수 있다./청더=홍순도 특파원.
그럼에도 콴청(寬城)만주족자치현 내 판자커우(潘家口) 수이쿠(水庫·저수지나 댐의 의미) 인근에서 숙박과 여행 겸업의 룽후수위안(龍湖書院)을 경영하는 두신원(杜新聞) 사장이 "최근 시가 경제 부흥의 기치를 내걸고 한번 해보자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기대가 크다"면서 분위기를 전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듯 시 정부와 시민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벽촌이었다가 청나라 건국을 계기로 완전 상전벽해한 청더의 기적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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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룽후 유원지 관람에 나선 관광객들./청더=홍순도 특파원.
역시 과거 영광 재현의 무기는 한국인들에게는 박지원과 건륭황제의 땅으로 인식되는 시의 정체성과 잘 들어맞는 관광 산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관광 굴기(우뚝 섬) 프로젝트의 실적도 상당히 괜찮다. 2025년에 1000억 위안 이상의 관광 수입을 기록하면서 관광객 9000만여명을 유치한 것은 결코 만만한 실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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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룽후 유원지의 명소 카페를 찾는 제트보트./청더=홍순도 특파원.
관광 사업으로 대박이 날 가능성은 인근 톈진(天津)의 수원지로도 사용된다는 판자커우 수이쿠 내에 자리잡은 판룽후(蟠龍湖) 유원지의 활기찬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만큼 휴일에는 완전 인산인해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 정도로 들썩이는 것이 현실이다. 1인용 제트스키나 단체 제트보트에 탄 채 스피드와 주변 풍경을 즐기는 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마치 무릉도원에 온 것 같다"는 찬탄을 터뜨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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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룽후 유원지 내 카페. 관광객들에게 신선놀음을 할 만한 장소라는 찬탄을 듣고 있다./청더=홍순도 특파원.
판룽후 유원지 내에는 주변의 수이쿠 풍경을 즐기면서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는 것이 가능한 카페도 성업 중에 있다. 기자 일행의 주변에서 신선놀음을 가능케 하는 장소라는 찬탄이 연신 튀어나오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닌 듯했다. 하기야 기자 일행도 전 세계에 이런 분위기의 카페가 과연 있을까 생각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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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룽후 유원지의 협곡./청더=홍순도 특파원.
청더는 혹평을 한다면 관광 외에 특별한 산업이 발전할 여지가 별로 없는 도시라고 해도 괜찮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관광 산업은 다르다. 엄청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청더가 최근 고심 끝에 관광 산업에 올인한 것은 단연 탁월한 선택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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