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석왕사·쌍계사 회주 겸 조계종 원로의원 1976년 천막 법당서 중창 50주년...대웅전 불사 남아 노동운동 산실이자 이주민 쉼터로 지역사회 기여 이주민 지원 노력 감동한 스리랑카, 진신사리로 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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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석왕사 육화전 앞에서 회주 영담스님. 영담스님은 은사인 고산스님에 이어 2대 주지로 취임하면서 지난 50년간 부천 석왕사를 도심 속 포교 도량으로 중창시켰다./사진=황의중 기자
1976년 논밭만 있던 경기도 부천시 원미산 자락에 천막 법당 '석왕사'가 세워졌다. 천막 법당으로 시작한 석왕사는 불교 불모지였던 부천에서 노동자와 이주민, 지역 사회를 도우며 지난 50년을 보냈다. 중창 50주년을 맞은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석왕사는 부천에서 으뜸가는 포교 도량으로 성장했다.
오는 27일 불교 명절인 백중을 앞두고 사찰에서 회주(會主·사찰을 중창한 원로) 영담스님(75)을 만났다. 영담스님은 은사인 고산스님(1934~2021)에 이어 1982년 2대 주지로 취임하면서 지난 50년 동안 석왕사와 함께 동고동락했다. 스님은 1968년 범어사에서 고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9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스님은 제10대부터 16대까지 중앙종회의원을 7번하고 석왕사·쌍계사 주지, 총무원 총무부장·동국대 이사·불교방송(BBS) 이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종단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조계종 원로의원이면서 석왕사·쌍계사 회주이다.
석왕사와 함께한 삶에 대해 묻자 영담스님은 "부처님께 젊음을 다 바쳤다"며 미소 지었다. 스님은 "조선 후기 승려들이 토굴을 짓고 공부한 곳이라고 해서 이 자리를 '절골'이라고 불렀지만, 천막 법당 때만 해도 주변에 포교하는 사찰이 없을 정도로 불교 교세가 약했다. 반대로 당시에도 교회는 부천 시내에 100여 개가 넘어서 부처님오신날 맞아 연등을 다는 것에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석왕사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노동운동이 본격화된 1980년대부터다. 공단 밀집 지역인 부천에 소재한 석왕사는 1984년 '마야 야간학교'를 열고 공장 노동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곳을 거쳐 간 청년들은 노동운동의 핵심 주역으로, 또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1986년에는 백중을 맞아 노동자 축제를 열고 사찰을 노동자에게 개방했다. 이어 1987년에는 고(故) 박종철 열사 49재를 봉행하려고 했고, 이를 우려한 경찰이 사찰을 봉쇄하기도 했다. 영담스님은 "경찰 봉쇄에 대항해 문익환 목사님 등 많은 시민사회 원로가 지원 차 방문하셨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그때 연세대 총학생회장 자격으로 오셨다"며 "이러한 일로 노동운동의 배후라는 음해에 시달려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석왕사는 이주 노동자로 눈을 돌린다. 제정원 신부·지성수 목사·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원혜영 전 국회의원 등과 함께 사찰 경내에 1995년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설립했다. 영담스님은 "국내 노동자에 대한 권익은 개선됐지만, 고되고 힘든 일터에 이주 노동자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이들에 대한 처우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고국에 돌아가면 반한 단체가 생길 우려가 있었다. 이를 그냥 둘 수 없었다. 종교·정파를 넘어서 뜻을 같이 하는 이와 나섰다"고 설명했다. 현재 석왕사는 기존의 외국인 노동자 지원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주민 가정에 집중하고 있다. 결혼 이민 또는 이주자들이 우리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포교이자 자비행이기 때문이다. 석왕사는 이를 위해 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부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영담스님의 헌신은 예기치 않은 선물로 돌아왔다. 석왕사는 영국 고고학자가 석가모니 부처님 고향인 인도 카필라성 고대 불탑에서 발굴한 역사적으로 증명된 진신사리 중 하나를 모시고 있다. 이 사리는 1898년 발굴 당시 5개의 사리병이 들어있던 석함(石函)에는 브라미어(산스크리트어의 뿌리가 되는 고대어)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매장 사리. 이 위업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배우자, 자식, 형제자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이 만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스리랑카 정부와 수부띠 대사원은 이 성보(聖寶)를 영담스님이 스리랑카 사찰 지원과 주한 스리랑카인을 위해 힘쓴 것에 대한 답례로 2014년 7월 건넸다. 당시 스리랑카 라자팍세 대통령이 직접 이운식에 참석했을 정도다.
2020년대를 맞아 석왕사는 또다른 모습으로 알려지기 시작한다. 이곳은 수도권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즐기는 템플스테이 명소가 됐다. 지하철 1호선 소사역에 가깝고 서울서 1시간대 거리로 인해 취업준비생, 청소년, 휴식이 필요한 직장인이 즐겨 찾는다. 108배 체험, 반야심경 사경, 원미산 둘레길 걷기, 다도 등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특히 차(茶)로 유명한 하동 쌍계사 말사(末寺)답게 다도 체험은 인기가 많다.
어느덧 칠순을 넘긴 영담스님의 남은 과제는 대웅전 불사다. 스님은 대웅전 불사를 두고 "석왕사 신도에 대한 마지막 예우"라고 표현했다. 석왕사는 그린벨트 규제로 인해 사격에 맞는 크기의 대웅전을 짓는 데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그린벨트 규제가 풀린 이상 더 이상 불사를 미룰 수는 없게 됐다. 대웅전 불사와 함께 가람 배치도 새롭게 해서 후세를 위한 유산을 남긴다는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스님은 "불심(佛心)을 심기 위해 평생을 보냈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저를 믿고 따라와줬다. 50년 함께한 모든 인연이 소중하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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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이운한 부처님 진신사리 앞에서 영담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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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고학자가 석가모니 부처님 고향인 인도 카필라성 고대 불탑에서 발굴한 진신사리./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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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4일 열린 부천 석왕사 중창 50주년 세미나 단체 기념촬영./제공=석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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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가정의달인 5월을 맞아 석왕사 경내에서 열린 다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한마음축제. 석왕사는 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부천시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제공=석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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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다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한마음축제서 기념촬영하는 영담스님과 참가자들./제공=석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