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4개 산사, 24명의 스님이 말하는 국수 이야기
인연과 수행, 삶의 레시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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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에는 살생을 피하려는 불교의 가르침도 담겼다. 불교 국가였던 고려는 왕실이 종묘에 제사를 지낼 때 소 대신 국수를 제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를 '면생(麵牲)'이라고 했다. 제물로 바치는 소를 뜻하는 '희생(犧牲)'을 국수로 대신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수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문화와 스토리가 담겼다.
전국 24개 산사, 24명의 스님이 말하는 국수 이야기가 책이 됐다. 최근 출간된 '스님의 맛'(조계종출판사)은 산사의 레시피를 넘어 '국수 한끼도 수행'이라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세인들에게, 건강한 맛, 자연의 맛을 넘어 '진정한 맛'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저자인 장보배 작가는 전국의 산사를 찾아 스물네 명의 스님을 만났다. 절집마다 국수는 달랐고, 국수에 담긴 사연도 모두 달랐다. 한 스님에게 국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이었고, 어떤 스님에게는 출가를 결심하던 날의 기억이었다. 또 다른 스님에게는 수행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한 끼였으며, 함께 나누어 먹는 공양의 기쁨이었다. 작가는 결국 같은 국수라도 삶이 다르면 맛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가 소개하는 국수는 다채롭다.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로 세계적인 사찰음식 열풍을 일으킨 정관스님의 '능이 배추 칼국수'에서부터 동원스님의 '사과 냉면', 성화스님의 '팥칼국수', 선오스님의 '도토리 손칼국수', 덕조스님의 '불일암 국수'에까지, 책은 그저 국수 조리법이 아니라 인연과 수행, 삶의 레시피를 담았다.
제세히 보면 '불임암 국수'는 "반찬은 세 가지가 넘지 않게 하고, 간단명료하게 먹는다"란 제자에게 강조한 법정스님의 먹을거리 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선오스님은 "주어진 재료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당신은 아주 잘하고 있다"며 레시피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덜 것을 조언했다. 동화스님의 들깨칼국수를 통해 음식을 만드는 이의 자세가 강조했다. 스님은 "음식을 하는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며 자신을 낮춰야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음식을 하는 것 자체가 노동이 아닌 수행이자 자비행이 되는 순간이다.
책은 불교계 주간지 '현대불교'에 연재한 글을 모아 새롭게 엮은 것이다. 산사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선명한 색감의 사진으로 보는 맛을 더한다. 아울러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상세한 레시피와 '국수의 맛' 가이드가 함께 실려 있어 실용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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