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에 맞춘 인재 양성’의 본질… 삼군 사관학교 통합 논의, 제도보다 ‘식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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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6일 열린 삼군 사관학교 통합 관련 공청회장은 각 군의 이해관계와 제도적 효율성을 둘러싼 치열한 설전으로 뜨거웠다. 통합 국군사관학교 출범을 통해 3군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육·해·공군 고유의 전문성과 정체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섰다.
제도와 정제된 논리들이 맞부딪히는 공청회장을 지켜보며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가 말하는 합동성은 과연 어디서 시작되는가.'
이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인지·사회심리학 관점에서 인간과 조직의 협력을 연구해 온 최훈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만났다.
군대와 군사제도의 문외한이라고 스스로를 낮춘 심리학자는, 그러나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팀으로 작동하는가'라는 본질적 화두를 통해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허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구필현 기자(이하 구): 교수님, 최근 열린 사관학교 통합 공청회를 둘러싸고 국방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습니다. 군에서는 '합동성(Jointness)' 강화를 핵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심리학자의 시선에서는 이번 논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최훈 교수(이하 최): 토론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합동성'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귀가 끌렸습니다. 조직심리학이나 사회심리학에서 늘 다루는 주제가 바로 '서로 다른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논의는 지나치게 '제도적 통합'과 '절차적 협조'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합동성은 단순히 구조를 하나로 묶는다고 해서 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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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강 내정자가 지적했듯,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춘 인재 양성과 합동성 강화는 군이 나아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입니다. 우려의 목소리까지 품어 안으며 미래전 대비를 강조한 점은 매우 타당하다고 봅니다. 다만 핵심은 그 '합동성'을 어떤 방식으로 도출해낼 것인가에 있습니다. 단순히 육·해·공군 생도를 한 공간에 모아두거나 교과과정을 통합하는 식의 외형적 개편만으로는 정책 당국이 기대하는 진정한 합동성이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구: 단순한 외형적 통합이나 교육과정 단일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사회심리학에는 '집단 간 접촉 가설(Intergroup Contact Hypothesi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단순히 서로 다른 집단이 자주 만난다고 해서 편견이 줄어들거나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남의 횟수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만남의 방식'입니다.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한쪽의 성공이 다른 쪽의 실패가 되지 않는 구조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접촉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구: 그렇다면 사관생도 시절부터 합동훈련을 대폭 늘리는 식의 대안은 어떻습니까? 실제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이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빠른 길 아닙니까?
최: 잘 설계된 합동훈련은 매우 강력한 신뢰의 근거가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분산 기억 체계(Transactive Memory System)'라고 부릅니다. 팀원 모두가 모든 지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누가 무엇을 잘 아는지'를 서로 파악하고, 필요할 때 그 지식을 연결해 쓰는 능력이죠. 하지만 훈련이 단지 정해진 역할만 수행하고 연락 절차만 숙지한 채 각자의 부대로 돌아가는 형태라면, 그것은 합동성이 아니라 단순한 '절차적 협조'에 불과합니다. 어느 번호로 연락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상대가 왜 망설이는지, 어떤 제약과 우려 속에서 판단하는지는 모르게 되는 것이죠.
구: 절차적 협조와 진정한 합동성의 차이가 결국 '인간적 이해'에서 갈린다는 말씀이시군요. 교수님의 원고에서 언급하신 '식구(食口)'의 개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최: 맞습니다. 합동성에는 두 가지 믿음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하나는 '상대가 자기 몫을 해낼 것'이라는 능력과 책임감에 대한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잘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묻거나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으리라'는 인간적인 신뢰입니다. 능력에 대한 믿음은 공식적인 훈련에서 확인되지만, 인간적인 신뢰는 식사와 생활, 훈련 뒤의 솔직한 대화 속에서 자랍니다. 우리말의 '한솥밥을 먹는다'는 표현처럼, 함께 밥을 먹는 동안 직책과 역할이라는 가면은 느슨해지고 비로소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군 장교'라는 추상적인 범주가 얼굴과 이름을 가진 구체적인 개인으로 바뀔 때 결정적인 순간의 믿음이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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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합동성을 차이를 지우는 과정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육·해·공군이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합동성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는 과정입니다. 모두를 같은 색으로 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을 모아 하나의 입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능력이 바로 합동성입니다.
구: 그렇다면 강신철 내정자가 언급한 '미래전과 합동성에 맞춘 인재 양성'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 당국이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 사관학교 통합이 합동성을 높이는 유일하거나 최선의 정답인지에 대해서는 제도 전문가들의 엄밀한 평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장차 전장에서 함께 판단하고 목숨을 걸어야 할 미래의 지휘관들이 양성 단계에서부터 함께 배우고, 공동의 과제를 풀며, 때로는 함께 실패하고, 무엇보다 식탁과 일상을 나눌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제도 통합은 형식이 내용에 우선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구: 오늘 말씀은 군대라는 조직을 넘어 최근 진영과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 전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최: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상대의 말을 듣기도 전에 소속부터 확인하고 편을 가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생각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함께 식탁에 앉고, 공동의 과제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점점 줄어들고 있죠. 좋은 사회란 모두가 동일한 의견을 가진 사회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이들이 상대의 역할을 인정하고, 위기의 순간에 나의 한쪽을 기꺼이 맡길 수 있는 사회입니다. 합동성은 군사 용어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익혀야 할 가장 핵심적인 '인간의 기술'일지도 모릅니다.
[취재후기]
공청회장을 메웠던 수많은 데이터와 국방 개혁의 당위성 너머에서, 심리학자가 던진 '식탁'이라는 단어는 울림이 컸다. 강신철 장관 후보자의 언급처럼 미래 전장은 단일 군의 전력만으로 승리할 수 없는 복합 유무인 협동전의 시대이며, 합동성에 맞춘 인재 양성은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K-방산의 첨단 무기체계와 복잡한 지휘통제망을 하나로 묶는 최후의 연결고리는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다. 국군사관학교라는 틀을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의 제도적 논의보다 더 시급한 것은, 미래 지휘관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는 깊은 식탁을 마련해주는 일일 것이다.
[필자 소개]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예일대에서 인지심리학 전공으로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보스턴대와 브라운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 심리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이 세상을 지각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지각학습(perceptual learning),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사회 지각(Social Perception)과 관련하여 연구를 수행 중이다. 대표 저서로 『내면이 중요하다면서 왜 얼굴에 혹할까?(2021)』가 있다. 공군 조직문화와 리더십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국군의 조직적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