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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 논란에 들끓는 충청민심 上] 한전 송전선로 기존 노선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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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최정현 기자

승인 : 2026. 09. 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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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14개 시·군·대전 5개 구가 송전선로 경과대역…지자체 반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전 노선 강행은 예산 이중 낭비” 주장
호남 반도체 6GW 확정에 ‘호남 잉여전력→수도권 송전’ 전제 사라져
충남도민 송전선로 반대 시위
충청남도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0일 충남도청 문예회관 앞에서 송전선로 입지선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책위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345㎸ 송전선로 설치를 위한 입지선정으로 인해 충남 14개 시군과 대전 5개 자치구, 세종시 등 충청권 지자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생활 주거지 위로 고압선이 지나가게 되는 상황에서 한전이 납득할 만한 절차와 정보공개를 거부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호남에 896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을 짓는 계획을 공식화함으로써 호남에도 전기확보가 필수상황이 된 가운데, 호남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설계된 345㎸ 송전선로 계획의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한전의 송전선로 입지선정 관련 논란을 3회에 걸쳐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태안을 뺀 14곳과 대전 5개 자치구 전부가 345㎸ 송전선로 경과대역에 들어간 가운데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은 8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노선을 확정하는 것은 예산의 이중 낭비"라며 입지선정 절차의 중단과 수요 재산정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공식화한 이후 전력공급 협약이 체결되면서 "호남에서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낸다"는 이 선로들의 설계 전제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삼성·SK 등이 호남(서남권)에 약 896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12일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전력·삼성전자·SK하이닉스·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2029년 3GW를 시작으로 6GW 이상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전력공급 협약을 맺었다.

6GW가 연중 가동되면 연간 소비량은 약 52.6TWh(6GW×8760시간의 단순 산술)다. 2024년 전남·광주가 생산하고 남긴 전력은 29.7TWh(발전 72.6TWh, 소비 42.9TWh)이고, 전북의 전력자립도는 71.7%(2023년)로 이미 자급이 되지 않는다. 호남의 잉여전력은 호남 반도체가 흡수하게 되는데, 신정읍~신계룡,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를 정할 때 전제로 삼았던 '남는 전기'가 '남지 않는 전기'가 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기후부는 지난달 5일 '전력망 건설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에서 장거리 송전 체계에서 지산지소형 전력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명시하고, 계획된 송전선로 2169㎞·철탑 4723기를 최대 1200㎞·2509기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철탑 기준 약 40% 감축이다.

입지선정위원회 관련 고시는 이달까지 전면 개정하고 후보 경과대역을 2개 이상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11개 지역, 남부 최대 18원/㎾h 인하)을 공개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은 9~10월 초안, 연내 확정이 예고돼 있고, 이를 근거로 수립되는 제12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호남 반도체 6GW라는 새 수요가 계통 계획에 처음 반영되는 것이 바로 그 계획이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달 21일 신정읍~신계룡 3구간 제11차 입지선정위원회를 소집했고, 위원회 운영 기한은 오는 10일경 만료된다. 기한 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위원회는 해산되고 한전이 자체적으로 노선을 확정하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달 5일 대책에서 "이미 추진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은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선이 먼저 확정되면 그 선로는 새 원칙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기추진 사업'이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이 '예산의 이중 낭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이중 낭비'라고 부르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필요성이 재산정되지 않은 선로에 지금 입지선정·측량·보상 비용이 투입된다. 둘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필요성이 달라지면 그때까지 들어간 비용은 회수되지 않는다. 셋째, 지산지소 원칙에 따라 호남 현지에는 이미 별도의 계통 투자가 진행 중이다.

한전은 약 43㎞의 345㎸ 송전선로와 변전소 2곳을 신설해 1단계로 신장성~신광주 선로를 통해 4GW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수요를 두고 호남 현지 계통과 호남~충청~수도권 장거리 선로에 동시에 투자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예산 낭비를 멈출 수 있는 단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국가기간전력망 99개 가운데 시공·인허가 단계에 들어간 것은 9개뿐이고, 90개는 입지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그 이전 단계다. 지금 멈추면 매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노선별 총사업비, 6GW 수요를 반영한 필요성 재산정 결과, '최대 40% 감축' 검토 대상 노선 목록은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국책사업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확정되고 입지선정 고시가 개정될 때까지 옛 계획·옛 내규에 따른 노선 확정 절차를 멈추고, 호남 반도체 6GW 수요를 반영한 수요·공급 재산정 결과와 노선별 총사업비, 그리고 정부가 밝힌 '철탑 최대 40% 감축' 검토 대상 노선 목록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가 8월 5일 신설 철탑 최소화와 투명한 입지선정을 원칙으로 천명했다면, 그 원칙은 앞으로 시작할 사업이 아니라 지금 확정되고 있는 사업에 먼저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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