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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찾아 삼만리…‘서울 코앞’ 수도권도 출산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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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승인 : 2026. 09. 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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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산모 10명 중 8명 ‘원정 출산’
광역시 90%대…수도권 신도시는 절반↓
저수가·소송 부담에 분만실 운영 기피
응급분만 공백…중진료권 재설계 시급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최창원 어린이공공문진료센터장이 신생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1)
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최창원 어린이공공문진료센터장이 신생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제공=분당서울대병원
지방 소멸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신도시와 베드타운에서도 분만 인프라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 층 유입으로 출산 수요는 높은 편이지만 아이를 받아줄 지역 내 분만 전문 산부인과가 줄면서 수도권 산모들이 다른 지역이나 서울로 원정 출산길에 올라야 하는 실정이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수도권 신도시·베드타운의 분만 자체충족률(산모 거주 지역에서 출산하는 비율)은 지방 취약지 못지않게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도 지역 내에서 아이를 낳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았다. 시흥시의 분만 자체충족률은 19.8%로 수도권에서 가장 낮았고, 오산시(35.5%)와 구리시(41.2%), 파주시(49.0%)도 절반에 못 미쳤다. 전국 평균은 78.5%였다. 광주(96.8%)와 대구(96.3%), 부산(95.4%) 등 주요 광역시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젊은 층 유입이 많아 출산 수요가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시흥과 오산, 파주 등 주요 신도시의 20~40대(임신·출산 주요 연령대) 인구 비중은 평균 약 45% 수준이다. 반면 고령화가 진행 중인 부산·대구 등 주요 광역시의 20~40대 비중은 38~41% 정도로 신도시보다 낮음에도, 분만 자체충족률은 90% 이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실제로 산모들의 힘든 원정 진료와 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흥 배곧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임신부 상당수가 임신 초기부터 왕복 2~3시간씩 걸려 서울 목동, 신촌 등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정기 검진을 다니고 있다. 출산이 임박하면 진통에 대비해 서울의 친정집에 머무는 사례도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분만 수요 증가와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현상이 충돌한 결과로 해석했다. 고령 임신으로 고위험 산모는 늘고 있지만, 저수가 구조와 의료사고 배상·처벌 부담 탓에 개원의들이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지역 내 분만실이 사라지자 산모들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고, 이는 다시 지역 병원의 경영난을 가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야간이나 응급 상황 시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다. 중증·응급 모자의료 체계 부재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기 안산에서는 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병상 부족과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경기·서울·충청권 병원 40여곳에서 거부당한 끝에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이송 체계 개선을 넘어 지역 내 중증 환자를 수용할 최종 거점 병상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혜진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문제는 이송이 아닌 수용 능력, 즉 병상 자체가 없다는 것이 본질"이라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오경준 경기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도 "고위험 산모부터 신생아, 중증 소아 환자까지 모두 책임질 거점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에 단순 시·군 단위 행정구역을 넘어 인근 2~3개 시·군을 묶은 실제 생활권 기반의 중진료권 중심 '지역완결형 모자의료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사 출신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는 곳에 따라 안전하게 출산할 기회가 달라져선 안 된다"며 "일반 분만은 가까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받고, 중증·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는 전문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연결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증·고위험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적정 수가와 재정 지원, 이송·전원 체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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