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개인주주 대상 유상증자 설명회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글로벌 펩타이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2조7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회사는 차입과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상증자는 가장 후순위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3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는 보유 현금이 2조2000억원에 달하는데 왜 유상증자가 필요하냐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회사는 3조원을 모두 차입하면 50% 초반인 부채비율이 80%대 후반까지 오르고, 2034년까지 예정된 대규모 투자가 초기에 집중돼 있어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설명이 주주와 시장의 설득으로 이어졌느냐입니다. 주주들의 반발은 이후에도 이어졌고, 증권가에서도 중장기 성장 로드맵에 시장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상증자 발표 당일 주가는 6.78% 급락했고, 발표 전날 159만4000원이던 주가는 이달 16일 140만9000원까지 11.6% 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주주의 호응을 얻은 유상증자는 무엇이 달랐을까요. 한화오션은 2023년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투자 분야별 자금 사용계획과 성장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설명회와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고,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증자에 참여했습니다.
주주들도 호응했습니다. 기존 주식의 41.3%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했음에도 구주주·우리사주 청약률은 106.9%를 기록했습니다. 한화오션은 2024년 영업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도 1조원을 넘겼습니다.
해외에서는 주주 설득을 유상증자 과정의 원칙으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일본거래소그룹(JPX)은 기존 주주의 희석과 시장 영향을 고려해 증자의 합리성을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합니다. 영국은 기존 주주에게 신주 우선인수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배제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방식은 다르지만 원칙은 같습니다. 기업의 자금 수요만으로 주주의 희석이 당연시돼서는 안 되며, 그 필요성을 주주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에 얼마를 쓸지를 밝히는 것이 설명이라면, 왜 희석을 감수해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것이 설득입니다. 그 자금으로 희석 이상의 기업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때 비로소 '유증=악재'라는 공식도 깨질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