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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국제협력 지지율 세계 최고…“미·중 패권 주도는 모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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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9. 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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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재단 34개국 여론조사… 61% "초강대국 주도 없는 다자 협력 원해"
인니 73% "미국이 위협" vs 필리핀 70% "중국이 위협" 엇갈려
전문가 "친미·친중 양자택일 아닌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핵심"
Trump Xi Be... <YONHAP NO-2110> (Evan Vucci/Pool Reuters via AP)
지난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을 영접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국제사회 협력의 필요성에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강한 신뢰를 보내면서도,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이 글로벌 주도권을 쥐는 데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국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록펠러재단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 '폭풍 속 안보와 기회'에서 동남아시아 응답자의 63%가 "국제협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캐나다(37%), 오세아니아(32%), 서유럽(31%) 등 서구 선진 권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34개국 3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동남아 권역에는 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 3개국이 포함됐다.

반면 미·중 초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해서는 경계 심리가 뚜렷했다.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미국이 글로벌 리더 역할을 맡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39%, 중국에 대해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37%에 머물렀다. 대신 응답자의 61%는 '어느 초강대국도 주도하지 않는 상태에서 각국이 협력해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국가별 위협 인식은 처한 안보 환경에 따라 첨예하게 갈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응답자의 73%가 미국을 '주요 위협'으로 꼽아 중국을 위협으로 지목한 비율(31%)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중국을 위협으로 지목했고, 미국을 꼽은 비율은 33%에 그쳤다. 미국과 긴밀한 안보 협력을 맺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미국을 위협으로 본 응답이 41%로, 중국(25%)보다 높게 나타났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편차에도 불구하고 동남아를 단순히 친미나 친중 진영으로 양분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알레한드로 레예스 홍콩대 현대중국세계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국력은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어느 쪽이든 국제 체제의 지배적 지도자로 받아들이려는 수용성은 훨씬 낮다"며 "동남아 국가들은 양자택일 압박에 저항하며 사안별로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앤 린 싱가포르 ISEAS-유소프이샤크연구소 아세안연구센터 선임연구원도 "동남아에서 미·중은 여전히 가장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이지만,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곧 환영받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힘이 곧 정의가 되는 질서 속에서 강대국의 독단적 규칙 제정에 불안감을 느낀 소국들이 어느 한쪽에도 지배되지 않는 대안적 연대를 찾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 역시 구조적 안보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콜린스 총유카이 말라야대 외교안보전략 분석가는 이번 조사 결과가 중국에 우호적으로 비치는 데 대해 "일시적인 인식 우위일 뿐 되돌릴 수 없는 지정학적 재편의 징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동남아가 중국의 자본과 인프라, 거대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정치적 불확실성, 중동 정책 등이 워싱턴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경제적 유인과 전략적 불안감의 해소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동남아 중견국들의 궁극적 목표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분석이다. 샤르메인 미살루차-윌러비 마닐라 드라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초강대국과 얽혀 있는 중견국들로서는 자체적인 외교 행위 능력을 키우는 것이 미래 위험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라며 "미국이나 중국이 없는 세계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린 선임연구원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인도, 캐나다 등과 무역·기후·기술·안보 분야에서 다층적 파트너십을 촘촘히 엮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정 단일 패권국에 얽매이지 않고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중견국 연대가 초강대국의 실질적 안보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공존한다. 총유카이 분석가는 "중견국 협력이 전략적 완충재는 될 수 있지만 미국의 군사력과 동맹 체계, 전쟁 억지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동남아가 현재 미국에 더 비판적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미국의 역할 축소를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며, 이것이 바로 동남아 헤징(위험회피) 전략의 본질이자 오랜 딜레마"라고 짚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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