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래 준비라는 명분이 지방 재정기반 약화를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방식처럼 미래대응기금 전입액을 지방교부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내국세에서 먼저 제외하면 지방교부세의 모수가 줄어든다. 현행 법정 지방교부세율은 내국세의 19.24%로, 2006년 이후 줄곧 유지돼 왔다. 정부안대로라면 지방교부세액이 약 30조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지방교부세 자체는 올해보다 늘어나도록 설계했고, 기금의 지방지원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총액이 전년보다 늘어나는 것과 법정 재원의 증가분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교부세는 재정력이 취약한 지자체의 재원을 보전하고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일반재원이다. 용도가 정해진 미래대응기금의 사업비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앙정부가 지방교부세로 배분될 재원을 기금에 먼저 옮긴 뒤 다시 사업 단위로 지방에 내려보내면,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에 별도 지방계정을 마련하겠다는 설명만으론 지자체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당정은 이날 협의를 단순한 의견 청취나 갈등 진정의 자리로만 끝내선 안 된다. 기금 재원 산정 과정에서 애초 지방교부세 감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지방교부세의 법정률과 산정 모수 문제도 지방분권 원칙에 맞게 손봐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총액이 200조원을 넘느냐도 중요하지만, 지방에 돌아갈 법정 재원의 규모가 훼손된다면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일이다.
미래 대응은 중앙정부만을 위한 미래는 아닐 것이다. 지방의 산업 기반을 키우고 주민의 생활을 지탱하는 것도 국가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일이다. 국세 증가분을 국가 투자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 그에 맞는 재원을 마련하되,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에 피해를 주는 방식은 피해야 할 것이다. 재정 분권을 약화하면서 지방의 미래를 중앙의 기금에 의존하게 만드는 역설이 생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지방계정에 얼마를 넣겠다는 약속보다, 지방교부세 법정재원 자체를 줄이지 않겠다는 원칙을 먼저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방정부가 매년 중앙정부의 사업 선정과 배분 기준에 따라 예산을 재조정해야 하는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200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이 모두의 미래투자 재원이 되려면, 먼저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설계부터 확정해야 한다.









